미국 뉴욕시장 선거를 향한 민주당 예비전에서 파란이 일었다.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은 30대 정치 신인이 거물급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 치러진 뉴욕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조란 맘다니(33) 뉴욕주 하원의원이 승리를 선언했다. 뉴욕시는 사표 방지를 위해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최대 5명의 후보를 선호도 순으로 적어내는 복잡한 방식의 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맘다니 의원은 1차 개표부터 과반 득표에 근접하며 사실상 판세를 결정지었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의원은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하원의원 등 미국 진보 진영의 핵심 인사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그는 무료 공영버스, 무상 보육, 복지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중·하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모았다. 그의 출신 배경도 이채롭다. 인도계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했다. 브롱크스 과학고와 보든 칼리지를 졸업한 뒤 2020년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현재 3선을 지내고 있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뉴욕 퀸스 지역에서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강제퇴거를 막는 주택 상담사로 일했다. 대학 시절에는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 모임'을 조직했다.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쿠오모 전 주지사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뉴욕주를 이끌었고 한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 차기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거물 정치인이다. 그러나 쿠오모 전 지사는 2021년 성추행 및 보복 인사 논란에 휘말리며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정치 복귀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지만 ‘맘다니 돌풍’ 앞에 고배를 마시게 됐다.
쿠오모 전 지사는 선거 직후 맘다니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하고 축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맘다니 의원은 오는 11월 본선에서 현직 시장인 에릭 애덤스와 맞붙는다. 애덤스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선출됐지만,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경찰 출신인 그는 과거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연루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기소가 취소됐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협조하며 당내 비판에 직면해 있다. 맘다니 의원이 본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뉴욕시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도계이자 무슬림 시장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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