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소상공인 위주로 줄도산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기 지원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점포 철거 지원 등 일시적인 고통 경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상공인의 재도약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5일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대표 소상공인 재기 지원 사업인 희망리턴패키지는 올해 5월 기준 2025년 예산(2944억 원)이 전액 집행됐다. 지난해보다 전체 예산이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이 급증하면서 폐업 지원금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희망리턴패키지는 폐업했거나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의 신속한 재기를 위해 사업 정리부터 경영 교육, 재취업 및 재창업 등을 동시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참여한 소상공인 중 재창업 성공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오세희 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재창업 교육 수료자 중 실제 성공 비율은 △2020년 7.4% △2021년 10.6% △2022년 8.1% △2023년 10% 등으로 수년 째 1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직장려수당을 받으려면 관련 교육 수강이 의무다 보니 억지로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사실상 선착순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지원금이 뿌려지는 구조다 보니 착실하게 재창업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소상공인 지원 인력 풀, 부처별로 조율되지 못한 지원책, 실시간 통계 부재 등이 영세 소상공인들의 재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전직 공공기관장은 “중소기업·소기업·소상공인의 매출액과 종사자가 천차만별인데도 여전히 ‘중소기업 804만 명’ 하나로 분류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금융 지원과 채무 조정 제도가 연계되지 못하고 제각각 이뤄지는 것 역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정책 체감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와 같이 묻지 마 지원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사업자 중 수익성이 검증된 곳을 선별해 금융기관의 채무 조정과 각종 정부 지원책부터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엇비슷한 정책이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 개선, 채무 조정, 재취업 및 재창업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소상공인회복지원회(가칭)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혜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범부처별로 수립되지만 실제 지원은 개별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이뤄져 정책 투명성이 떨어지고 사후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원스톱 지원이라는 비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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