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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고속도로 위의 대통령 [김윤명의 AI웨이브]

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장(법학박사)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세리머니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6월의 울산. 대한민국의 산업화 신화가 시작된 그 땅 위에, 새로운 종류의 고속도로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출범식에서 “AI 고속도로”라는 표현을 꺼냈다. 자동차 대신 알고리즘이 질주하고, 화물 대신 데이터가 흐르는 디지털 고속도로. 그 말은 단지 상징이 아니다. 산업화의 경부고속도로를 뛰어넘는 디지털 주권국가로의 국가 재설계 선언이다.

울산은 과거, 중화학공업의 심장이었다. 조선소와 정유소가 엔진을 돌리고, 철강이 도시를 달궜다. 그리고 지금, 그 산업의 심장 위에 새로운 심장이 놓인다. AI 연산을 위한 데이터센터, 그것도 단순한 기업용이 아닌 ‘국가용’으로 기획된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은 울산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로 갈 것인지를 직접 보여줬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했을 때, 산업화의 구체적 청사진은 없었다. 하지만 아스팔트 위로 공장이 생기고, 수출길이 열렸고, 중산층이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AI 고속도로도 같은 궤를 따른다. AI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려면, 우선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 연산과 저장,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AI도, 의료 AI도, 교육 AI도 허상에 불과하다. 이제 AI는 특정 기업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기반시설이 되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바로 그 첫 구조물이다. 기술을 공공 인프라로 전환하려는 국가 차원의 ‘기술 사회계약’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국가 전방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깔딱고개’를 넘어서고 있는 경제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AI 뉴딜’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번 출범식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데이터센터가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가 ‘서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수도권과 판교에 집중된 디지털 자원을 전국으로 분산하려는 전략적 시도가 울산에서 실행된 것이다. 디지털의 중심축이 서울에만 머물러 있다면, AI는 결국 또 하나의 수도권 권력이 된다.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을 ‘수도권 이익의 확대’가 아닌 ‘국민 모두의 기본권 확장’으로 설계하고 있다. 광주·전남, 대전, 강원 등에도 분산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계획은 ‘모두의 AI’를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접근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AI에 의한 혜택이 지방에 골고루 나누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모두의 AI’는 이재명 대통령의 디지털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그것은 단순한 수사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가 기술의 설계자이자 조율자로서, 기업과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야 한다는 뜻이다. 울산 데이터센터는 민간기업과 함께 설계되었지만, 공공의 목적을 분명히 지향한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지자체, 학교, 시민 단체도 AI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AI 기본사회를 위한 ‘AI 바우처’, ‘AI 교육’, ‘국민 AI 비서’는 바로 그 통로다. 울산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기술 민주주의로 향하는 시험대다. 인공지능이라는 고속도로에 국민 모두가 탈 수 있도록 설계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디지털 불평등만 확산될 뿐이다.

AI 고속도로는 단지 기술 인프라가 아니다. 그것은 “누가 설계하고, 누구를 위해 작동하며, 누구의 언어로 세계를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정치적 플랫폼이다. 다만,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산 GPU’, ‘소버린 AI’, ‘한국형 LLM’을 언급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디지털 자립과 문화 주권의 문제다. ‘소버린 AI’를 위해 무엇보다 데이터의 확보가 중요하다. 민간과 공공이 서로 다른 데이터 거버넌스를 갖고 있으며, 저작권 문제 때문에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의 조정이나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데이터 관련 법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외국 빅테크의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기술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AI 정부가 되어야 한다. 울산 데이터센터는 그 첫 번째 인프라일 뿐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법제도, 윤리원칙이 함께 설계되는 거버넌스 체계다. 시행도 전에 논란 중인 AI 기본법을 ‘AI 산업 및 인프라 진흥을 위한 법률’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모두의 AI’와 사회문제의 해결과 디지털 포용 등 ‘AI 기본사회’의 구현을 위한 ‘AI 기본사회법’ 제정도 고려해야 한다. 초고성능컴퓨터법에 따른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를 현실화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울산에서 출발한 이 디지털 고속도로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설계 중이며,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느냐에 따라 그 노선도, 정거장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빠른 기술을 원하는가, 아니면 함께 가는 기술을 원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AI 고속도로”에 대해 말한 순간, 그는 과거의 대통령들이 산업화 시대의 도로 위에 섰던 것처럼, 디지털 헌법의 제1조를 낭독한 셈이었다. 이제, 그 헌법을 함께 써 내려갈 주체는 국민이다. 고속도로는 혼자 달리는 길이 아니다. 함께 탈 준비가 되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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