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경제단체들과 다시 만난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은 30일 국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 상근부회장단과 상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재계가 걱정하는 부분들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5일 경제단체와의 회동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 받고 “기업이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과 입법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경제계 인사들을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입법과 예산 편성에 적극 반영한다면 기업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계의 반대에도 상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재계 연쇄 회동이 법안 강행을 앞두고 명분을 쌓기 위한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했다. 또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로 제한 등도 담았다. 기업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송 남발과 경영권 위협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재계의 만남이 상법 개정안 강행을 위한 형식적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기업들이 제기한 부작용 우려 등을 경청해 더 숙고하고 논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개정안을 밀어붙이기 전에 충분한 숙의 과정을 통해 최소한의 기업 대응 수단 마련 등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개정하더라도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해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3%룰’은 삭제하고 포이즌필(대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 발행), 차등의결권(특정 주주의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 부여), 황금주(거부권을 가진 주식) 등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처벌 범위와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 배임죄 완화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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