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식 협상 전략이 인도와의 무역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인도 간 무역 협상이 당초 기대와 달리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인도에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인도의 국내 정치적 사정이 겹치며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초 트럼프 정부는 출범 직후 인도와 조기 무역협정 체결을 기대했다. 인도가 먼저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 확대,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의 사안에서 협상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백악관 행사에서 “믿기 어렵겠지만 이미 합의된 바 있다”며 낙관적 입장을 드러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도 양국이 곧 협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폴리티코에 따르면 실무진들은 여전히 합의가 멀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인도에 대한 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자국의 관세는 일부만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는’ 전략이 인도 내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에드 악크바루딘 전 유엔 주재 인도 대사는 “인도 국민은 자국 정부가 외국 지도자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가장 분노한다”며 “이번 협상이 상호 이익이 아닌 미국에 대한 조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도 협상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그는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을 자신이 중재했다고 주장했지만, 인도는 제3국의 개입을 일절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앞으로도 제3국의 중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 회의와 파키스탄 실세 아심 무니르 원수와의 면담 등을 통해 유사 발언을 이어가자 미국에 대한 인도 내 불신은 더 커졌다는 평가다. 무케시 아기 미국-인도 전략 파트너십 포럼 대표는 “현재 분위기에서 인도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트럼프에 굴복했다’는 인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인도 내부 사정도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인도는 평균 17%의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소규모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들은 인도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모디 총리로서도 양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때도 인도와의 무역협정을 추진했지만, 농산물·IT·의료기기 시장 개방을 둘러싼 이견으로 끝내 무산된 바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국은 다음 달 초 1단계 수준의 예비 협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지만, 본격적인 양자 무역협정 체결은 최소 1년 이상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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