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대화를 통한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대화 분위기가 한층 더 커진 모습이다. 특히 전공의·의대생의 2학기 복귀를 위한 방안을 시사하는 발언을 직접적으로 하면서 복귀를 희망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긍정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의정갈등 해법을 묻자 “신뢰를 회복하고 적절한 영역에서 타협해 나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사태는 여러 국가적 현안에서 가장 자신 없는 숙제였다”고 운을 뗀 이 대통령은 “여러 가지 상황들이 조금 호전되는 것 같다”며 “일부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고, 2학기에 가능하면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많이 만들어내야 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료계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환영하는 것을 “하나의 희망적 사인”이라며 “빨리 임명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전 정부의 억지스러운 정책, 그리고 일방적 강행이 문제를 많이 악화시키고 의료시스템을 많이 망가뜨렸다. 국가적 손실도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 대화하고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의정갈등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신뢰 회복,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점까지 말하며 전공의·의대생의 복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점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 후보자가 6월 30일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의료계와의 신뢰,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전공의들의 의견도 살펴보고 복귀 방안에 대해 잘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사태 핵심인 전공의 단체도 지도부가 강경파에서 협상파로 교체된 상황이라 해빙무드를 조성할 조건은 갖춰진 상태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의정 간 공식 또는 비공식 대화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정정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제야 진짜 대화가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정부가) 그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일방향으로 진행해 왔던 태도와 분명히 다른 접근”이라며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갈등으로 축소하지 않고, 의료시스템의 정상화와 수련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대통령이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는데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학사 운영의 원칙, 각 대학 사정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서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의대생이 하반기 중 복귀하려면 정부에서 학사 유연화 조치, 일부 수련특례가 필요하지만 전공의 모집 일정, 의대 학사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달 중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복지부도 최근 임명된 이형훈 2차관을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장관이 취임하는 대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 비대위는 전날 회원들을 상대로 복귀를 위한 선결 조건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시작하며 정부와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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