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소변검사만으로 방광암 재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상철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와 류호영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송병도 한양대구리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비(非)근육 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치료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 지표를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방광암은 신우·요관·방광·요도 등 소변을 만들어 배출하는 요로의 상피세포에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4197명의 남성이 방광암으로 신규 진단돼 남성암 발생률 10위를 차지했다.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은 방광 벽의 근육층까지 퍼지지 않은 비교적 초기 단계의 암으로, 전체 방광암 환자의 약 70%를 차지한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지만 재발 위험이 높아 수술 후 BCG(결핵균 유래 면역치료제)를 방광 안에 주입하는 보조 치료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BCG 치료 후에도 약 40%의 환자에게 방광암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광암의 치료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지표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실정이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1년까지 방광암 절제 수술 후 BCG 치료를 받은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 환자 578명을 선별했다. 치료 전 소변이 pH 5.5 미만인 경우를 ‘산성 소변군’, 이상인 경우를 ‘비산성 소변군’으로 나눠 방광암 재발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산성 소변군의 재발률은 42.4%, 비산성 소변군은 33.8%로 확인돼 BCG 치료 후 재발률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나이, 흡연력, 종양의 크기와 개수 등 다른 재발 위험인자를 함께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산성 소변은 방광암 재발 위험을 약 45%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인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변의 산성도가 BCG 치료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소변의 산성도를 방광암 환자의 예후 예측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치료 전 소변 검사와 같이 비침습적 방법으로 방광암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은 치료 후에도 재발하거나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방광암 환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방광 내 산성도를 조절함으로써 BCG 치료 반응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뇨의학 분야 SCIE급 국제학술지 ‘세계비뇨의학회지(World Journal of Urology)’에 실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