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 태아에 대한 임신중지(낙태) 수술을 진행한 병원장과 집도의, 그리고 산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일 서울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장 윤 모(80대)씨와 수술을 집도한 심 모(60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낙태 수술을 받은 20대 산모 A씨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송치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A씨가 ‘임신 36주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이로그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영상 공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같은 해 9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약 1년에 걸친 수사 끝에 경찰은 태아가 A씨의 몸 밖으로 나온 뒤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이 출산 직후 생존한 태아에게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해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가 수술 며칠 전 진료를 받았던 두 곳의 초진병원에서도 태아가 건강하다는 소견을 받은 것을 확인했고, 수술 병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태아가 출산 전후 살아있었다는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병원으로 산모를 알선한 브로커 2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수술에 참여한 간호조무사 등 보조 의료진 4명에 대해서는 살인 방조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현재 형법상 낙태죄 조항은 2021년 1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했지만, 임신 24주를 초과한 태아의 낙태는 여전히 모자보건법상 불법이다. 특히 임신 36주는 의학적으로 이미 ‘출산 가능한 시기’로 간주돼, 경찰은 일반적인 낙태 사건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2019년에도 서울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 34주 태아를 수술한 후 물에 넣어 질식사시킨 사건에서 대법원은 살인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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