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가 7일 초급성기 뇌경색 치료제인 '테넥테플라제(Tenecteplase)'의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학회에 따르면 미국·유럽·중국·호주·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진료지침을 통해 급성기 뇌경색 환자의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로 권고되는 테넥테플라제가 국내에선 쓰이질 못하고 있다. 테넥테플라제의 국내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2024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10개월째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테넥테플라제는 현재 뇌경색 환자의 정맥 내 혈전용해제로 사용되고 있는 '알테플라제'의 개량한 약물로, 기존 약보다 투약 방식이 단순하고 작용시간이 길며 출혈 부작용이 낮다는 장점을 갖는다. 2000년 6월 심근경색 환자의 혈전용해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2003년 식약처 승인을 받아 ‘메탈라제’란 제품명으로 사용돼 왔다. 초급성기 뇌경색에서도 2010년부터 20여 개 임상연구 데이터를 보유한다. 초급성기 뇌경색 환자에서 테넥테플라제와 기존 알테프라제의 투약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90일째 아주 좋은 예후를 보이는 환자는 40%와 37%로 유사했다. 90일째 사망률은 각각 14%와 15%였고, 증상성 뇌출혈 발생률은 각각 2.9%와 3.0%로 약제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다만 모든 종류의 뇌출혈 발생률은 테넥테플라제 투여군이 16%로 기존 알테플라제 투여군의 22%보다 낮았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초급성기 뇌경색에서 테넥테플라제의 투약 효과가 기존 알테플라제와 비슷하지만 출혈 부작용은 다소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투약 방법과 시간이 강점이다. 정맥내혈전용해술은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 병원에 방문한 급성 뇌경색 환자에게 시행되는 초급성기 치료방법이다. 이 치료만으로도 30% 정도의 환자는 증상 호전 및 후유장애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뇌경색 환자 중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시행 받는 환자는 약 10%에 불과하다. 이는 기존 알테플라제의 특성과도 연관된다. 전체 용량의 10%를 1분동안 정맥으로 일시 주입하고, 나머지 90%를 1시간에 걸쳐 투약해야 해 치료 과정에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알테플라제의 개량약물인 테넥테플라제는 반감기가 길고 혈전 용해력이 강해 5~10초 동안 한번의 일시 주입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테넥테플라제를 이용할 경우 치료 과정을 간소화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뇌경색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뇌경색에서 테넥테플라제 투약의 필요성과 임상적 근거를 담은 논문을 이달 3일 국제학술지인 임상신경학저널(Journal of Clinical Neurology)에 게재했다. 교신저자인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재 테넥테플라제는 기존 정맥 내 혈전용해제보다 많은 강점을 가진 치료약"이라며 "테넥테플라제를 투약하게 될 경우 국내 뇌경색 환자들의 예후 호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뇌경색 환자 중 10% 정도가 정맥 내 혈전용해술 치료를 받는다. 매년 11만~15만 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약 80%가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임을 고려할 때 연간 약 8000~1만 명이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받는 셈이다.
김경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테넥테플라제를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뇌경색 환자의 초급성기 치료 및 빠른 이송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미국,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가에서 테넥테플라제가 기존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시일 내 테넥테플라제의 임상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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