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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조항만 바꾸긴 어렵다"…국회 입법은 1년째 '제자리'

유류분권 제한땐 상속권과 충돌

법무부·법원행정처도 '신중론'

'구하라법' 취지마저 무력화 우려

이미지투데이




유류분 제도를 고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국회의 입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기여하지 않은 자녀의 몫도 보장하는 현행 민법의 불합리성이 확인됐지만 국회는 여전히 유류분 조항 하나만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법부 역시 상속·유류분·대습상속 등 민법 전반이 맞물려 있는 만큼 일부 조항만 손보다가는 오히려 상속 구조 전체가 꼬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8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헌재가 유류분 제도와 관련한 민법 제1118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현재까지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민법 개정안은 총 8건이다. 이들 개정안은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을 반영하고 이른바 패륜을 일삼는 자녀는 유류분 박탈이 가능하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중 7건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상속권과 유류분권 간의 충돌’이다. 예컨대 부모를 유기해 상속권은 박탈당했는데도 유류분 상실 사유에 해당이 안돼 그대로 인정되면 실질적 상속 대상이 아닌 이가 ‘최소한의 몫’을 요구하는 법적 모순이 생긴다. 반대로 유류분권만 상실하고 상속권은 유지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상속권과 유류분권의 적용 범위와 요건이 엇갈리면 같은 형제자매 간에도 권리 구성이 뒤섞여 예측 불가능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가 사망하기 전 자녀가 사망한 경우, 손주가 조부모의 재산을 대신 상속받을 수 있는 ‘대습상속’ 제도 역시 유류분 개정 이후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생전에 자녀의 유류분이 제한된 경우 손주는 상속권은 갖되 유류분은 요구할 수 없어 민법 해석과 판결에 혼선이 생긴다.

기여한 자녀가 생전에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 유류분 계산에 다시 포함되는 현행 제도도 논란이다. 부모가 자녀의 돌봄이나 간병 등에 대한 보상으로 재산을 증여했더라도 이 재산은 ‘특별히 더 받은 몫(특별수익)’으로 간주돼 유류분 계산에 포함된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법 개정 이후에도 유류분 반환 소송을 걸면 기여한 자녀는 다시 법정에서 본인의 기여도를 입증해야만 그 재산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 입증을 못하면 다시 되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모순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4월 박지원 의원은 민법 제1008조에 ‘기여에 따른 증여나 유증은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모의 생전 보상이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빠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 개정안에 대해 사법부는 여전히 유류분 조항 하나만 손보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향 자체는 헌재 결정에 부합한다”며 원칙적으로 긍정 평가를 내놓았지만 동시에 “민법 내 다른 상속 규정들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역시 “기여 인정의 요건과 방식, 유류분 상실 요건, 다른 상속인과의 형평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종합적 재설계를 강조했다.

기한 내 개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구하라법’의 취지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하라법은 자녀를 유기하거나 학대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유류분 청구는 여전히 가능하다. 법적 공백 속에 혼란도 이어질 수 있다. 전직 헌법재판소 연구원 출신 변호사는 “기한 내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위헌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라며 “기여도를 반영하지 않은 유류분 반환 소송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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