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플립7으로 사전 예약하시면 80만 원 정도 할인 혜택이 가능할 것 같아요.”
삼성전자(005930)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7·폴드7’ 공개일인 9일 서울 강서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사전 예약 일주일 전부터 이미 신형 고객 유치 마케팅이 진행중이었다. 한 직원은 예상 공시지원금 50만 원과 추가지원금 30만 원을 뜻하는 ‘50+30’을 수첩에 적어 보여주며 “SK텔레콤(017670) 위약금 면제 기간인 이달 14일 전에 옮기는 게 가장 이득”이라고 안내했다. 수도권의 다른 일부 매장들도 신제품 사전 예약을 홍보하며 비슷한 지원금 조건을 예상했다. 이동통신 3사가 이달 15일 사전 예약을 개시하며 지원금 정책을 확정하기 전인데도 “유통망들이 미리 가입 예약자를 모으기 위해 대략적인 지원금 규모를 구전으로 파악한다”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선 매장들이 이처럼 영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이번 신제품 출시가 신규 가입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는 통신업계 ‘대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은 특히 소비자 관심이 높아 전작 ‘갤럭시Z6’ 시리즈가 출시됐던 지난해 7월에도 번호이동 건수가 전월보다 11% 많은 56만여 건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신제품도 삼성닷컴 내 신제품 사전구매 알림 신청자가 16만 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SK텔레콤이 해킹 사고 피해보상의 일환으로 이달 14일까지 해지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를 결정하면서 이미 번호이동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위약금 면제 발표 후부터 전날까지 나흘 간 SK텔레콤 가입자 4만여 명이 KT(030200)나 LG유플러스(032640)로, 반대로 요금 할인과 추가 데이터 제공 등 혜택으로 방어하려는 SK텔레콤으로 2만 5000여명이 번호이동했다.
이에 통신 3사 본사 차원에서도 저마다 사전 예약 알림 신청 이벤트를 내걸며 사실상 신제품 마케팅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알림 신청자 중 400명을 추첨해 10만~15만 원 할인권, 또 선착순 777명에게는 신제품 중 물량이 한정된 1TB(테라바이트) 저장용량 모델 우선 구매권을 제공한다고 알렸다. 이를 포함해 기프트카드 등 현금성 쿠폰을 합쳐 최대 31만 5000원어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KT도 최대 10만 원 상당 쿠폰과 함께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겨냥해 ‘피싱·해킹 안심 보장 보험’ 6개월 무료 혜택 등을 내걸었다. KT 전용 신제품 모델도 출시를 예고했다. LG유플러스는 당첨자 1명에게 네이버페이 100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경품 이벤트를 열고 선착순 1500명에게 30만 원 할인 쿠폰도 주기로 했다. 또 가입자는 전용 인공지능(AI) 서비스 ‘익시오’를 통해 보안 기능인 보이스피싱 탐지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매장에서 안내되는 예상 지원금 규모가 평년 수준에 그치는 가운데 신제품 효과가 사라지는 다음달 말께부터 가입자를 되찾으려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경쟁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제품은 할인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요가 받쳐주는 데다 신제품을 바로 ‘공짜폰’으로 만드는 데도 부담이 있어 당장 파격적인 할인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출시 한달여 뒤 초도물량이 소진되고 나면 SK텔레콤이 먼저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22일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역시 경쟁을 부추길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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