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이 삼부토건 주가 급등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이를 주최한 협회들과 삼부토건, 그리고 김 여사의 관계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협회가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통해 삼부토건을 의도적으로 정부 사업의 관련주로 묶었는 지 여부를 살펴보는 한편, 주요 협회장들이 자신과 관계가 있는 다른 업체에서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며 주가에 영향을 미쳤는 지도 파악할 방침이다.
김건희 특검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 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오일록 삼부토건 대표를 소환했다. 오 대표는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여할 당시 영업본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이달 4일 이응근 전 대표를, 6일 포럼에 참석했던 전 직원을 소환했으며 8일에는 양용호 유라시아경제인협회 회장과 협회 임원, 신규철 전 삼부토건 경영본부장을 소환했다.
김건희 특검이 삼부토건과 양 협회장 등 유라시아경제인협회 관계자를 잇따라 소환한 이유는 두 단체가 주가 폭등에 직·간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2년 6월 22일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및 전후 복구 전력 세미나’를 공동 주관한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삼부토건의 주가는 바로 다음 날인 23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8일 뒤인 7월 1일까지 삼부토건의 주가는 60%가량 폭등했다.
이후 삼부토건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이를 다시 끌어올린 것도 유라시아경제인협회의 행사다. 삼부토건은 유라시아경제인협회가 2023년 5월 22일 폴란드에서 주최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참여한 뒤로 재차 급부상했다. 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삼부토건의 주가는 2개월 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직후 5500원까지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는 김 여사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보낸 5월 14일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김건희 특검은 재건 포럼을 주최한 양 협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양 협회장이 자신이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업체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활동을 했다는 사실도 포착했다. 양 협회장은 지난 1월 23일 AI·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비투엔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양 협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불과 2개월 만인 3월 25일 비투엔은 크라이나 상공회의소(UCCI)와 경제 및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재건 사업에 뛰어들었다.
비투엔이 MOU를 체결한 행사는 양 협회장과 협회 임원 한 모 씨 등이 이사로 이름을 올린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 협회’가 주도했다. 특검은 주가에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MOU 체결 일주일 전인 3월 18일 비투엔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업계는 전날 비투엔이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AI·데이터법학 분야 산학 협력을 위한 MOU를 맺은 영향이라고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 주가 전문 변호사는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었다는 이유로 특정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주일 뒤에 의미 있는 호재가 있다는 정보가 사전에 흘러 주가에 선반영이 된 사례가 더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비투엔 측은 양 협회장과 관련한 질문에 “사내에 해당 사실을 아는 직원이 없다”고 답했다.
특검은 이들 협회가 실제 주가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 지 수사하는 한편 뉴빌딩협회나 양 협회장과 연관이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업체들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은 10일 삼부토건의 이일준 현 회장과 조성옥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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