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에서 9일 간격으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어린 자매 4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멀티탭 안전관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두 사고 모두 멀티탭에서 시작된 전기적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가정 내 전기안전 점검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장군 아파트 화재는 에어컨 연결 멀티탭에서 발생했다. 2구짜리 멀티탭에 스탠드형 에어컨과 실외기가 동시 연결된 상태에서 과부하로 인한 단락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부산진구 개금동에서도 멀티탭 과부하로 추정되는 화재로 자매 2명이 사망했다. 두 사고 모두 여러 전자기기를 하나의 멀티탭에 연결하는 '문어발식' 사용이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안전 전문가들은 멀티탭 관련 화재가 급증하는 배경으로 냉방기기 사용 증가와 안전의식 부족을 꼽는다. 특히 에어컨 같은 고전력 기기를 일반 멀티탭에 연결하는 관행이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산소방본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산 공동주택 화재 2만3547건 중 전기적 요인이 6971건(29.6%)을 차지했다. 이 중 콘센트·멀티탭 화재는 2020년 396건에서 지난해 504건으로 27% 증가했다. 특히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 급증과 함께 전기 화재 발생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현행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 멀티탭은 KC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사후관리 체계는 미흡하다. 제품 노후화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점검 시스템이 없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멀티탭 안전기준 강화와 함께 정기 점검 의무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소방본부는 10일 '멀티탭 발화 위험 검증 실험'을 실시한다. 문어발식 사용, 정격용량 초과, 부적절한 연결 등 실제 화재 발생 조건을 재현해 위험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실험 결과는 멀티탭 안전사용 가이드라인 제작에 활용된다.
소방청은 전국 화재위험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폭염특보 발효 이후 화재 발생이 38% 급증한 상황에서 냉방기기 과다 사용과 노후 전기설비 과부하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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