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페덱스컵 랭킹(시즌 포인트) 43위의 준수한 성적으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던 김주형(23). 올해 위치는 페덱스컵 94위다. 남은 대회는 지금 출전 중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을 빼면 단 3개. 이 안에 페덱스컵 랭킹을 70위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2022년부터 이어온 PO 연속 진출이 끊기고 만다.
피 말리는 ‘생존 전쟁’에 몰린 선수들의 절박함이 샷과 퍼트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1일(한국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1라운드에서 김주형은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6타를 쳤다. 올해 1라운드 스코어로 개인 최소타다. 6언더파를 적은 4명의 선두 그룹과 2타 차이인 공동 9위.
PGA 투어에 따르면 이 순위로 대회를 마치면 김주형의 페덱스컵 랭킹은 83위로 올라간다. 남은 3개 대회 중 하나는 다음 주 있을 메이저 타이틀이 걸린 디 오픈. 김주형은 ‘5월 기준 세계 랭킹 50위 내’ 자격으로 디 오픈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라 PO행 경쟁자들 사이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김주형은 투어에서 이미 3승이나 올렸지만 마지막 우승이 거의 2년 전인 2023년 10월이다. 올해 톱10 성적이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한 번(공동 7위)뿐일 만큼 주춤하다. 최근 2개 대회 성적은 연속 컷 탈락. 하지만 이날 최장 353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뿜은 김주형은 특히 그린 적중 능력에서 돋보이는 기량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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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레슨으로 김주형을 돕고 있는 이시우 코치는 “다운스윙 때 클럽이 다소 처지면서 스윙 플레인이 흔들리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지난 대회 2라운드(66타)부터 개선된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이 코치는 곧 영국으로 넘어가 현지에서 김주형의 스윙을 집중 점검하면서 디 오픈 준비를 함께한다. 김주형은 2023년 제네시스 스코티시 대회 공동 6위 성적을 낸 뒤 디 오픈에서 준우승한 좋은 기억이 있다.
선두 중 한 명인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도 페덱스컵 랭킹 61위로 PO행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의 선수다. 더욱이 디 오픈은 출전권이 없고 예비 명단에 올라있어 이번 대회가 그만큼 중요하다. 페덱스 67위인 매티 슈미드(독일)가 5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고 페덱스 62위인 안병훈은 3언더파 공동 14위로 출발했다.
정규 시즌 막바지인 지금부터는 정말 한 타 한 타가 중요하다. PO 성적을 포함해 최종 페덱스 랭킹이 50위 안이어야 다음 시즌 시그니처 이벤트 8개 대회 우선 출전권을 얻는다. 시그니처 이벤트는 LIV 골프에 맞불을 놓으려 대회당 총상금 2000만 달러를 내건 회심의 시리즈다. 이 시리즈에 최대한 많이 출전해야 상금과 페덱스컵 포인트를 충분히 쌓을 수 있다. 김주형은 지난해 PO 1차전의 마지막 세 홀에서 5타나 잃는 바람에 1타 차이로 페덱스컵 51위로 내려갔고 그러면서 PO 2차전 진출이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시즌 2승의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가 에차바리아 등과 선두에 나선 가운데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3언더파 공동 14위,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나타난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언더파 공동 33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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