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대면 회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과 회동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처음이다. 루비오 장관과 왕 부장은 이번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일정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머지않은 시일 내에 만날 가능성 크다”며 “(양국이) 서로 합의 가능한 날짜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양국 정상회담이 ‘휴전’ 중인 무역전쟁의 향배를 판가름할 중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 모두 6월인 점을 계기로 ‘6월 정상회담’ 추진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달 이란 사태 등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미국의 시선이 중동으로 집중되며 후순위로 밀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들어 각국에 상호관세 서한을 발송하는 등 관세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미중 정상회담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완전 해소되지 않고 봉합 상태에 머물고 있는 점도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양국은 올 5월 ‘제네바 합의’로 무역 공방을 잠시 멈추기로 한 후에도 반도체와 희토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왕 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아세안 외교장관들에게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촉구하며 미국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을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중재 외교에 나선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방해가 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과 대만·남중국해 사이에 불거지고 있는 긴장도 의제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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