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살린다고 소비쿠폰을 준다는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큰 최저임금은 또 올리네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정책만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2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0원 오른 1만320원으로 결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상승하게 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타격을 받는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데다가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 노동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실제로 A씨 역시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이들에게 나가는 인건비만 600만 원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A씨는 “이제 야간에는 문을 닫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며 “계속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면서 점주들의 권리금도 사실상 날라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의견이 아니다. 편의점 점주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회사별 가맹점주협의회에도 ‘아르바이트 시간을 두 시간 더 줄여야겠다’, ‘자영업자들 다 죽어간다’ 등 의견이 쏟아졌다.
편의점 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이같이 부담을 토로하는 데는 최근 업계가 경기 침체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2% 줄었다. 편의점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올해 2월(-4.6%), 4월(-0.6%)에 이어 세 번째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편의점 매출이 줄자 편의점 점포 수도 줄고 있다. 5월 기준 편의점 점포 수는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편의점 업계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어 점주의 부담이 가중되는 최저임금까지 인상되자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 과정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논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업종에 구분 없이 동일하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기존의 방식 대신에 택시, 편의점, 음식점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에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도 문제지만 편의점을 포함한 소상공인 업계에 필요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지급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며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서민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