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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출’ 80% 쪼그라들어…정책금융 쏠림 심해진다

■시중銀 1~4월 증가액 고작 3.3조

연체율 0.83% 가파른 상승세 등

부실위험 커지자 은행 공급 꺼려

기업銀 대출 비중 76%로 치솟아

은행들 하반기에도 조일 가능성

中企 ‘국책은행’ 의존도 높아질듯





시중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커진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꺼리면서 중기 대출 증가액이 1년 새 8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줄이 막힌 중소기업이 국책은행으로 몰리면서 정책자금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정부가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13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5월 중기 대출 증가액(23조 6000억 원)보다 42.2% 감소한 수치다. 은행의 중기 대출이 급감한 데는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이 관련 대출을 조인 영향이 컸다. 실제 시중은행의 올 1~5월 중기 대출 증가액은 3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7조 원) 대비 80%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6조 6000억 원에서 10조 4000억 원으로 중기 대출 규모를 늘렸지만 전체 감소 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에 인색하다 보니 중소기업의 국책은행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에서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5.9%로 지난해(28%)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뛰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조이고 있는 것은 경기 악화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기 대출 연체율은 4월 말 기준 0.83%로 1년 전(0.66%)보다 0.17%포인트나 뛰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0.02%포인트 오르고 전체 대출 연체율이 0.09%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한계기업들이 많다 보니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결국 연체율이 오를수록 위험 가중치도 함께 높아지는 만큼 시중은행들로서는 중기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무자가 대출을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해 설정하는 위험 가중치는 돈을 떼일 위험이 클수록 가중치를 높게 둬야 한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을 따질 때 각각의 대출액에 가중치를 적용한 값을 분모로 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 가중치가 높은 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자본 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 4대 시중은행으로 대표되는 주요 금융그룹의 경우 주주들에게 약속한 환원 계획을 지키기 위해 중기 대출을 더욱 조일 가능성이 크다. 중기 대출을 늘려 위험 가중치가 높아지면 보통주 자본 비율이 떨어지면서 주주 환원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기 대출에 적극 나서던 은행권 분위기가 올 들어 급변했다”며 “시중은행들이 중기 대출을 줄이자 대출 문턱이 그나마 낮은 기업은행 쪽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중기 대출 기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은행이 조사한 은행권 중소기업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올해 -6으로 지난해(-3)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지수가 0보다 낮으면 전보다 대출을 줄이려는 은행이 더 많다는 의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자금 공급 위축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자영업자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중기 대출은 정책금융 위주로 공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인 은행권의 영업 관행을 바꾸겠다며 위험 가중치를 손보려는 점 또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당국은 주담대 위험 가중치 하한선을 현행 15%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주담대 위험 가중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자본 적립 부담이 커진 은행이 주담대보다 위험 가중치가 높은 중기 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의 유일한 버팀목인 기업은행 역시 관련 대출을 마냥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보다 자본 적립 부담은 덜하지만 위험 부담이 큰 중기 대출을 늘릴수록 건전성 지표가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기업대출 위험 가중치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제은행 기준인 바젤 규제를 살펴보면 금융 당국의 판단에 따라 위험 가중치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기업대출에 따른 자본 적립 부담이 줄면 시중은행들도 지금보다 중기 대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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