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강혜경씨가 16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출석했다. 강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과 이준석 당시 당대표(현 개혁신당 의원)도 관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날 오전 9시 48분쯤 변호인과 함께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도착했다. 강 씨 측 변호인은 “오늘 참고인 자격으로 불법 허위 여론조사 의혹에 대해 진술할 예정”이라며 “자체 포렌식 결과 명 씨가 실소유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진행된 여론조사 대부분이 조작 또는 불법적인 성향 분석 자료였다”고 밝혔다. 이어 “비용 처리 과정에서도 제3자 대납이나 현금 지급 등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강 씨 측은 이날 증거자료를 임의제출하겠다며 명 씨가 사용한 PC와 강 씨 본인의 하드디스크, SSD, 포렌식 분석 자료 등을 회색 이삿짐 포장 박스에 담아왔다. 여기에 명 씨가 실소유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 관련 자료와 강 씨의 계좌 내역도 함께 포함됐다. 김 전 의원과 강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역시 제출 대상이었다.
강 씨 측 변호인은 “검찰 압수수색 당시 분석한 자료는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관련 내용에만 국한돼 있어 증거 활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임의제출을 통해 특검이 보다 폭넓은 자료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어 “여론조사 자료는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22건, 오세훈 서울시장 18건, 박형준 부산시장 7건, 홍준표 전 대구시장 23건 등 총 100여 건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강 씨 측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에 대해서도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당시 공관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윤상현 결정도 필요했다”고 답했다.
강 씨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 출신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다. 명 씨가 연루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인물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달 8일에는 공천 개입 의혹으로 윤상현 의원, 김 전 의원, 김상민 전 검사 등을 압수 수색했고 이후 8일 만인 이날 최초 폭로자인 강씨를 시작으로 관련자 조사를 본격화했다. 특검은 김 전 의원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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