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헌 순직해병특검팀이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불거진 대통령 주재 회의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이 조만간 김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민영 특검보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다.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권 실제 가운데 한 명으로 당시에는 대통령 경호처장 신분이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회의 당시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과 함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것이 골자다.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사단장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다. 그는 초동 조사 결과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됐다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피의자 명단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을 차례로 불러 회의 상황을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화를 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특검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들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정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김 전 장관 등 7명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특정하고 있다. 다만 특검은 이들을 모두 소환하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다 조사할 계획”이라면서도 “출석 조사 일정을 모두 조율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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