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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찾아 기동시험…K9은 10년 집념의 결실"

■최창곤 전 국방기술품질원장

국방硏서 K9 자주포 개발 진두지휘

스키장 눈밭 누비고 시험중 화재사고도

난관에도 기술자립 사명감으로 일궈

8개국 수출, 이젠 해외서 찾는 명품

방산, 수명주기 길어 전문성이 중요

우수 인력 처우·인센티브 개선돼야

최창곤 전 국방기술품질연구원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9 자주포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지금의 K9 자주포가 있기까지 눈밭을 찾아 스키장에서 시험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기름때 묻은 연구원들과 밤샘 작업을 함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최창곤 전 국방기술품질원 원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기술도 설비도 모든 게 부족했다”면서 “그래도 정부와 연구소, 방산 업체의 국산 무기 개발로 자주국방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와 사명감은 대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전 원장은 한국 방산 기술 자립의 상징이자 수출 효자 품목이 된 K9 자주포 개발의 산증인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K55·K21·국방로봇 등 다양한 지상 무기 체계 개발을 이끈 그는 1989년 시작된 K9 개발에서 차량 플랫폼 분야를 총괄한 뒤 개발본부장으로 재직하며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최 전 원장은 “K9은 10년에 걸쳐 독자 기술로 개발된 155㎜ 자주포인데 당시 북한은 구경 170㎜에 사거리 70㎞급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우리 군의 K55로는 대응이 어려워 양적·질적 열세를 극복해야 할 절박함 속에서 개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 군은 미국산 M109A2 자주포를 들여와 면허 생산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화력 우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1989년부터 개념 연구, 탐색 개발, 선행 개발, 실용 개발의 4단계를 거쳐 K9 개발이 본격화됐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랐다. 최 전 원장은 “1997년 K9 시제품의 화력 시험 중 화재가 발생해 큰 위기를 겪었다”며 “당시 사상자까지 발생한 대형 사고로 인해 개발 일정이 흔들렸지만 용도와 시험 우선순위로 조정해 가까스로 일정을 맞췄다”고 회상했다.



기술적인 난관도 끊이지 않았다. 자주포의 심장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을 민수용으로 장착했다 내구성 문제로 교체해야 했다. 또 현수 장치(지면 진동 등 충격을 최소화하는 장치)는 영국산을 수입했지만 질소가스가 누출되는 등 결함이 드러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은 “고생 끝에 우리가 직접 현수 장치를 만들어 냈고 이것을 다시 영국에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며 “국산 강판을 쓰는 과정에서 실무진이 크게 반대했지만 결국 국산 소재를 사용한 시제품이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창곤 전 국방기술품질연구원장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후 K9 자주포 모형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성능 시험 장소를 찾는 일도 고역이었다. 그는 “2㎞ 직선 도로가 필요한 기동성 시험은 폐공항 활주로를 빌려 해결했고 동계 기동 시험은 스키장에서 새벽에 시험을 강행했다”며 “그때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은 핀란드·노르웨이 같은 설국에서도 K9이 압도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노력은 K9의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K9은 한국을 포함해 9개국에서 운용 중이며 수출 시장점유율이 곧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 업계에서는 향후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70%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우리 군이 실전에서 쓴 경험이 반영된 덕분에 성능이 탁월하고 납기도 경쟁사보다 절반 이상 빠르다”며 “우리 군의 수요와 해외 수출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단가도 낮췄고 K9을 구입하는 쪽에 기술 지원을 해주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9 개발 이후 한국 방산은 크게 도약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전차·장갑차·자주포 등 지상 전투 장비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고 포·포탄 자동화, 플랫폼 설계, 품질 관리까지 체계적 개발 관리 역량도 축적됐다”고 부연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8일 ‘제1회 방위산업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7월 8일은 충무공이 ‘난중일기’에 거북선을 처음 출전시킨 것으로 기록한 날이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은 “방위산업의 날이 방산의 중요성을 국민과 함께 되새기고 종사자들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후배 방산기술자와 정책담당자들에게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됨을 명심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 전 원장은 “방위산업은 민간 산업에 비해 연구개발을 포함한 수명 주기가 길어 인내심과 책임감, 자기 개발을 통한 전문성 향상이 중요하다”며 “기술 개발의 핵심은 인력이므로 우수한 연구 인력이 모일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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