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카우트 단복이 참 잘 어울린다’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잘하고 행복해진다고들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간입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본부에서 만난 이찬희 총재의 얼굴에는 확신과 여유가 묻어났다.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서울대 로스쿨 객원교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변호사, 삼성준법감시위원장 등 법조계와 기업·학계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 지난해 2월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맡은 그는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이 일은 정말 나에게 꼭 맞고 즐겁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총재는 청소년 단체 수장을 맡게 된 데 대해 “사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솔깃한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정치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미래 세대인 청소년을 위한 일이 그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카우트 활동에 대해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인데 스카우트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이라고 확신한다”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성·인간미가 사라지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숲속에서 친구들과 텐트 치고 모닥불 피우면서 국경을 넘어 친구를 사귀는 경험은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없다”며 “늘 소통과 화합의 가치를 강조해왔는데 종교·국적·학력도 다른 스카우트 대원들이 함께 모여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400만 명의 청소년이 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총재는 “학교 바깥에서도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스카우트의 가장 큰 힘”이라며 “어릴 적 잼버리에서 만난 친구와 수십 년이 지나서도 교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과의존, 정신 건강 악화, 마약 문제 등 오늘날 청소년들이 직면한 사회적 과제는 무겁다. 이에 대한 스카우트의 역할을 묻자 이 총재는 “청소년들에게서 디지털 기기를 아예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스카우트 캠프에 오면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캠프파이어, 노래, 함께하는 모험 등 이런 경험이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친구들과 진짜로 소통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저출생으로 청소년 수가 줄면서 스카우트 대원 감소로 이어지고 연맹 활동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스카우트 대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한 아이는 그 집안만의 아이가 아니라 공동체 자녀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며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의 아이도 돌본다는 생각과 노력이 우리 사회를 보다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은 한국스카우트연맹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이를 쇄신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그는 “새만금 잼버리 행사 이후 인적·물적 쇄신을 추진 중인데 집행부 연령층을 확대해 20대부터 8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고 여성 비율도 높였다”며 “특히 중요한 보직은 젊은 지도자에게 맡기고 원로들은 경험을 전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의 스카우트 활동 방향에 대해 “갈등과 개인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를 배려와 소통,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이는 스카우트의 기본 정신”이라면서 “청소년이 행복해야 국가의 미래도 있다는 신념으로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스카우트가 앞장서고 모든 열정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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