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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9년만에 2조 돌파…채용공고는 24% '뚝' [신용위기 내몰린 청년들]

최근 3년새 대출 가파르게 올라

연체자도 전년 대비 14% 급증

상환 부담 큰 일반 상환 증가세

부모 세대에 부담 가중 불보듯





경기가 악화되고 청년층 빈곤 인구가 늘어나면서 학자금 대출액이 9년 만에 2조 원을 돌파했다. 이 와중에 채용 공고는 20% 넘게 줄면서 사회 진출을 하기도 전에 빚을 떠안은 청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 후·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 지원 실적은 2조 1114억 원으로 1조 8868억 원이던 지난해보다 11% 증가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과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액이 2조 원을 돌파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2009년 시작된 한국장학재단의 ICL·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은 2010년 2조 7661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5년까지 2조 원대를 유지하다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학자금 대출액은 반등세를 보였다. 2021년 1조 6563억 원이던 학자금 대출액은 2022년 1조 6345억 원으로 감소하다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1만 6669명이던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 연체자 수는 2023년 2만 1458명으로 2만 명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 2만 4587명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취업 후 소득이 발생하면 원리금을 상환하는 ICL과 다르게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은 대학 졸업 후 대출금과 이자를 합쳐 최장 20년(거치 10년, 상환 10년) 동안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졸업 이후 취업하기까지 기간이 늘어날수록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1년 7953억 원이던 ICL 대출액은 지난해 8761억 원으로 10.1% 늘었지만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은 같은 기간 8609억 원에서 1조 2352억 원으로 43.4% 급등했다.



반면 고용 지표는 좋지 않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5월 채용 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1% 줄었다. 동기간 대졸 신입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구인 공고로 한정해도 20.6%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인크루트가 올해 3월 국내 기업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 확정 기업은 65.6%로 최근 3년 중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청년 취업자 수는 362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만 3000명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2년 8개월째다.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 청년층의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도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다만 한국장학재단은 늘어난 대출액이 재단 보증 채권의 건전성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2021년부터 청년 부담을 이유로 한국장학재단은 1.7%의 저리로 학자금을 빌려주고 있는데 이 같은 일이 금리 인상 시기와 겹치면서 대출 유인책이 늘어난 것을 증가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2022년부터 대학원생에게 취업 후 상환 대출을 시작하는 등 대출 대상이 넓어지고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각종 이자 지원 사업이 확대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0년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경기도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사업의 경우 지난달까지 누적 수혜자가 43만 명에 달했다. 현재 접수 중인 올해 하반기 사업 신청자도 약 1만 명으로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불황 속에서 학자금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가디언은 영국 학자금대출공사(SLC)가 빌려준 2024~2025학년도 기준 학생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전년(4만 8270파운드)에서 약 10% 늘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정부의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정책이 종료되면서 4월 기준 580만 명의 학자금 대출 이용자가 3달 이상 대출 상환을 연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이 연쇄적으로 평균 4.1% 수준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학자금 대출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자금 대출액의 상승은 악화된 민생 경제가 청년과 대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작용 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학비 부담 탓에 공부를 중단하거나 부채가 과중한 이들을 세밀하게 파악한 뒤 공적인 재정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청년들의 부모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청년 세대의 불황은 부모 세대의 경제적 부담과도 직결돼 있다”면서 “중년들의 소비 생활도 위축되지 않도록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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