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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에 준비되지 않은 교실

장형임 사회부 기자


“저희 초등학교 학생은 1000명인데 태블릿 PC는 40대밖에 없습니다. 교실에서는 제 개인 와이파이조차 잘 안 터집니다. 이런 학교에서 정말 보편적인 인공지능(AI) 교육이 가능할까요.”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AI 인재 양성 심포지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초등학교 교사가 던진 질문이다. 저명한 전문가 여럿이 디지털 인재 교육과 관련된 담론을 벌였지만 정작 행사가 끝나고 머릿속을 오래 맴돈 것은 그 교사의 말이었다.

현재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를 꼽자면 AI디지털교과서(AIDT)를 필두로 한 AI 교육일 것이다. 특히 이달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한 뒤 앞으로 학교에서 AI 교육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주목받고 있다. AIDT 발행사들은 ‘2차 연도에 새로 개발한 AIDT는 훨씬 고성능’이라며 사용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다만 AIDT가 아무리 개선됐다 한들 교실이 이를 당장 소화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제대로 접속할 수 없는 최첨단 교재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올해 1학기에 AIDT를 사용한 한 초등교사는 “로그인하는 순간 아이들이 ‘튕김 현상’이 일어났다며 일제히 손을 드는데 식은땀이 났다”는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일반 수업에서 태블릿PC를 다 같이 사용할 때조차 속도 저하를 겪는다는 제보도 수차례 받았다. 정부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AIDT 개발 사업을 추진한 탓에 이처럼 디지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학교가 여전히 많다.

인터넷 회선 속도 외에 관련 기기 부족 문제도 있다. 지난해 10월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AIDT 관련 기기 보급률이 100%에 못 미친 시도가 12개인 데다 내구연한이 지난 경우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교육부 장관의 정책은 보다 신중하고 천천히 굴러가기를 바란다. AI 교육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이나 인프라도 없이 밀어붙이는 정책은 ‘AIDT 도루묵 사태’와 같은 경제적 손실과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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