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고성을 지르며 협박성 발언까지 한 정황이 드러나 교육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16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달 3일 낮 12시께 화성시 소재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부모 A씨가 담임 교사 B씨와 함께 있던 교직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항의했다.
A씨는 조퇴한 자녀를 데리러 학교를 찾았는데, B씨가 자녀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귀가하도록 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외부인의 경우 방문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학교 측 안내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언쟁을 벌이다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불안 증세를 호소해 병가를 신청했고, 닷새 뒤인 8일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복직 당일 B씨는 학급 공지 게시판에 “교사에 대한 폭언과 욕설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글을 올렸다.
이를 확인한 A씨는 다시 학교를 방문해 항의했다. A씨는 B씨를 포함한 교직원 4명과 면담을 진행하던 중, B씨가 자리를 피하려 하자 문 쪽으로 수첩과 펜을 던지며 진로를 가로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JTBC가 16일 공개한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주말 내내 열 받아서 잠 못 잤다”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고, 이에 대해 B씨는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압박감이 느껴진다”며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A씨는 “1시간 동안 정말 진짜 다 때려 부수고 싶은 거 참았다”며 “저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어떻게 괴롭히면 이 사람을 말려 죽이는지 안다”며 위협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면담 직후 B씨는 학교 화장실로 이동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는 정신과 치료를 위해 다시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상태다.
B씨는 “가만히 있는데 눈물이 나고 혼자서는 나갈 수가 없다”며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학교가 더 이상 안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공무원으로서 갑질을 한 게 아니라 같은 공무원으로서 이해한다는 취지였다”며 “당시엔 화가 나 폭언을 하고 수첩을 던졌는데 잘못을 인정하고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고 해명했다.
화성교육지원청은 오는 8월 1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한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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