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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수박이 비싸진 게 아니라고?"…이상 기후가 밥상 물가를 어떻게 흔들까? [이슈, 풀어주리]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수박. 뉴스1




때 이른 폭염과 뒤이어 덮친 기로적 폭우가 농산물 작황을 흔들면서 여름철 밥상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상기후에 물가가 반응하며 '기후플레이션(Climate + In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대표 여름 과일인 수박 가격은 전년보다 45% 가까이 뛰어오르며 한 통에 3만원을 넘어섰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수박(상품) 1개 소매가격은 3만866원(8kg 기준)으로 전년 대비 44.7%, 평년 대비 46.8% 오른 수치다. 작년엔 사과와 배추가 물가를 흔들었다면 올해 복병은 수박이다.

통상 수박값은 8월에 오르지만 올해는 7월 초부터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최근 10년간 7월 평균 가격이 1만9000원대였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더워서 수박값 올랐다?" 진짜 문제는 햇빛


많은 소비자들이 "올해 더워서 수박 농사가 망했나 보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지금 유통 중인 수박은 5~6월 비대기(과실이 자라는 시기)를 거쳤는데 이때 기온은 예년보다 낮았다.

문제는 일조량이다. 충북 충주의 5~6월 일조시간은 389시간으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85시간이나 적었다. 강원 인제도 270시간으로 평년 대비 62.5% 수준에 불과했다. 햇빛이 부족하자 과실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크고 단단한 ‘상품 수박’ 출하량이 급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출하량 자체는 평년 수준으로 보이지만, 실제 유통 가능한 고품질 수박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신문지로 감싼 수박. 뉴스1


수요 몰리자 값은 더 뛰어…기후가 만든 공급·수요 충돌


공급 차질에 수요 급증까지 겹쳤다. 이른 장마 뒤 폭염이 시작되자 식당과 자영업자들이 수박을 대량 매입했고 일반 소비자 수요까지 동시에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집 등에서 수박을 대량 확보하는 시기와 맞물리며 시장은 더 과열됐다.

이 같은 이상기후가 일회성 충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르면 농산물 물가는 평균 0.4~0.5%포인트 오른다. 기후가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작물도 흔들…"이번엔 수박, 다음은?"


수박 뿐만 아니다. 잎채소류 역시 작황 부진과 가격 급등을 겪고 있다. 배추 가격은 한 달 새 40% 넘게 뛰었으며 최근 폭우와 침수 피해가 가격 상승 압박을 더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수박의 출하 시기와 지역이 분산돼 있어 7월 하순 이후에는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충남·전북·경남 등 주요 산지 외에 강원 양구, 경북 봉화 수박이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면 가격 압력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집중호우는 또 다른 변수다. 수박은 수분이 많아 물에 강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폭우에 특히 취약하다. 노지 수박은 병균이 퍼지며 역병이 돌기 쉽고, 침수되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해 금세 시든다.

정주형 전북농업기술원 연구사는 "수박은 땅속에서 뿌리가 숨을 쉬며 자라는데, 비가 계속 오면 그 숨구멍이 막히면서 성장이 멈춘다"고 말했다.

폭우에 잠긴 비닐하우스 농가.뉴스1


대안은? "기후 바뀌었으면 농업도 바뀌어야"


수박값 폭등은 단순한 일회성 현상이 아니다. 수입 과일은 더 이상 싼 대체재가 되기 어렵고 이상기후는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기후는 이미 바뀌었지만, 농업과 유통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플레이션이 상수가 된 만큼, 작물 다변화, 스마트팜,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 같은 중장기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자란 바나나. 뉴스1




"폭염으로 수박이 비싸진 게 아니라고?"…이상 기후가 밥상 물가를 어떻게 흔들까? [이슈, 풀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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