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80대 이상 노인들이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기의 법적 부모 지위를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영국 데일리메일,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아동·가정법원 자문 및 지원 기구 ‘Cafcass’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일부 80대 이상 노인들이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기의 법적 부모가 되기 위한 친권명령을 법원 측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신청 건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데일리메일은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자료를 입수한 현지 매체를 인용해 연평균 신청 건수가 6건 미만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신청 건수가 5년간 최대 30건까지 이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같은 기간 50대 남녀의 친권명령 신청은 416건, 60대 남성의 신청은 43건에 달했다. 특히 50대 남성의 신청은 2020년 44건에서 2025년 95건으로 그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연령대를 포함한 신청 건수는 1991건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례적 현상에 시민단체는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 ‘서로거시 콘선’의 대표 헬렌 깁슨”은 “60~80대가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기의 부모가 되기 위해 친권명령을 신청하는 것에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이기적인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을 포함한 해외 대리출산에서도 부모의 상한 연령 기준이 없어 아이에 대한 친권명령을 자연 출산이 가능한 연령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아동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에는 영국 고등법원은 영국의 한 70대 부부가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의 법적 부모가 되는 것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이들 부부는 남편의 정자와 기증받은 난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었고, 출산 6개월 만에 법원에 친권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재판부는 부부가 아이가 18세가 되는 시점에 86세임을 참작해 아이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령층이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에 대한 친권명령을 신청하는 추세가 급증하자 일각에서는 제도적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리출산 반대단체의 공동창립자 렉시 엘링스워스는 “영국에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연령 제한이 없고. 심지어 해외에서 금전 거래를 통해 아기를 구매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이러한 관행을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에서 대리모 출산은 합법이지만, 상업적 목적의 광고나 과도한 보상은 불법이다. 또한 영국 현행법에 따르면 대리모는 출생 시 법적 어머니로, 대리모의 남편 혹은 파트너가 아버지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리모 계약을 맺은 부부는 출산 6개월 이내에 법원에 친권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리모는 법적 권리를 포기하게 되며 계약을 맺은 부부가 부모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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