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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탄소중립과 한국 조선업의 기회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




기록적 폭염과 국지성 폭우, 대규모 산불 등 기상 재난이 한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 지구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요즘 지구온난화, 탄소 중립과 조선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올 1월 미국의 파리협약 재탈퇴와 국제 정세 변화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공동의 노력이 약화될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다행히 세계 해사 업계는 탄소 중립을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4월 개최된 국제해사기구(IMO)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는 ‘선박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로서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 10월 IMO에서 정식 채택되면 2027년 상반기부터 시행된다.

이번 중기 조치는 기존의 선박 운항 효율 개선만으로는 탄소 감축 목표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선박 연료를 시장 기반 조치를 통해 직접 규제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선박 연료의 생산·운송·사용 등 전 주기 동안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계산해 기준치를 초과하면 초과량에 상당하는 부담금을 ‘IMO 넷제로 펀드’에 납부하고, 반대로 저탄소 연료를 사용해 기준치를 하회하면 기금에서 환급받아 경제성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현재 적용 중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 ‘탄소집약도지수’ 등 단기 조치에 더해 탄소 중립을 향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된다.

2023년 IMO는 국제 해운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기존 목표보다 대폭 강화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를 위한 중간 지표로 2008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은 최소 30%, 2040년 최소 80% 감축하기로 했다. IMO의 탈탄소 규제 강화는 한국 조선업은 물론 기계 및 에너지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고효율·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를 늘린다. 선박은 수명 주기가 25~35년으로 매우 길다. 선박에 대한 탈탄소 규제 강화는 운항 효율이 낮은 오래된 선박은 조기 폐선을,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유 선박은 저탄소 선박으로 전환할 동기를 만든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6838척 중 선령 15년 초과가 47.7%를 차지하는데 대다수가 고탄소 선박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액체 화물을 수송하는 탱커선은 그 비중이 52.2%에 이른다.

둘째, 선박용 엔진 산업에도 기회가 생긴다. 저탄소 연료로 액화천연가스(LNG)·바이오연료·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연료가 선박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선박용 고효율 엔진 개발이 필수적이다. 지금 발주되는 친환경 선박에는 과도기 용도로 선박유와 저탄소 연료를 함께 연소할 수 있는 이중 연료 엔진이 주로 채택되는데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선박용 소형모듈원전(SMR)까지 포함해 고효율 무탄소·저탄소 엔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에너지 전환을 촉진한다. 일시적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탄소 중립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고 있지만 송전망 부족에 따른 발전 제약으로 인해 소중한 전기가 낭비된다고 한다. 선박용 무탄소 연료 생산과 연계한다면 경제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번에 승인된 중기 조치가 10월에 채택되면 국제 해운과 관련된 모든 업계와 선박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강행 규범이 된다. 선박 운영비의 60~70%가 연료비인 만큼 에너지 업계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한국 조선업은 후발국의 추격과 경쟁국의 도전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국제 환경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개별 조선사뿐 아니라 K조선 산업 생태계가 함께 준비한다면 조선 강국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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