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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무 소멸시효 지나 일부 갚아도 이익 포기 아냐”

시효 이익 포기 추정 대법 판례 58년 만에 변경

대법 “소멸시효 인지 여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대법원




채무소멸시효가 지난 상태에서 일부 금액을 변제했더라도, 채무자가 시효 완성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채무자가 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58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4일 A 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소 상고심에서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고 일부 변제만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B 씨에게 총 4차례에 걸쳐 2억4000만 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1·2차 차용금 이자 채무는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A 씨는 B 씨에게 1800만 원을 일부 변제했다. 이후 A 씨 소유 부동산이 경매에 넘겨졌고, 근저당권자인 B 씨가 4억 6143만 원을 배당받는 내용의 배당표가 작성됐다. 이에 A 씨는 “배당액이 실제 대여 원리금 채권액을 초과한다”며 배당표 경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 씨의 “1·2차 차용금 이자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무자가 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 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대법관 8인의 다수의견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다”며 “시효완성에 따라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익을 인식하고도 그 이익을 포기하며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경험칙상 오히려 시효 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는 신중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법원는 “추정법리는 시효 완성 후 채무승인이라는 행위만을 근거로, 채무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시효 이익 포기의사표시를 너무 쉽게 추정한다”며 “이는 권리 또는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에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대법원의 일반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추정법리가 채무자를 부당하게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했다는 점도 판례 변경의 이유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일반인의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웠던 획일적 추정법리를 폐기했다”며 “의사표시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해,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던 재판구조를 공평하게 바로잡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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