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막은 ‘6·27 대책’ 시행 뒤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자동차담보대출(오토담보대출)의 신청 건수와 승인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까지 일괄적으로 대출 제한을 받게 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대부업과 자동차대출까지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본지 7월 24일자 1·10면 참조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규제 시행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주 동안 저축은행 업권의 개인 자동차담보대출의 일평균 신청 건수는 228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5월 하루 평균 신청 건수(1443건) 대비 58% 증가했다. 자동차담보대출은 개인별 신용점수를 기반으로 차주가 소유한 자동차의 담보 가치를 계산해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집행 규모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규제 이후 저축은행 업권의 일평균 자동차담보대출 승인액은 60억 4548만 원으로 올해 1~5월(51억 9884만 원) 대비 16.3% 증가했다. 이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취급액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출 승인율은 16.7%로 규제 이전인 28.6%에서 줄었다.
높아진 신용대출 문턱에 중·저신용자들이 자동차담보대출을 대안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말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 후 2금융권은 서민 대출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의 개인 신용대출 승인율은 올해 5월까지 24.7%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규제 시행 이후에는 19.9%로 4.8%포인트나 떨어졌다. 돈이 필요한 5명의 차주 중 1명에게만 대출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빌려주는 액수도 크게 줄었다. 저축은행의 일평균 신용대출 승인액은 1~5월 765억 1134만 원에서 규제 이후 468억 5340만 원으로 38.8% 급감했다.
상호금융권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농업협동조합·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의 신용대출 승인율은 같은 기간 43.6%에서 37.1%로, 일평균 승인액은 100억 8579만 원에서 65억 6667만 원으로 각각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6·27 대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자동차담보대출이 서민들의 우회로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담보대출은 신용대출이 아닌 ‘기타 대출’로 분류돼 이번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현장에서 자동차담보대출 상품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규모는 크지 않으나 일종의 풍선 효과가 이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늘자 업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달 대출 취급액이 급감한 여파로 내부적으로 자동차담보대출 신규 취급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이 6·27 대책 이후 어려워진 서민 금융의 현실을 면밀하게 점검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부터 대부업권 신용대출 신청이 85% 급증하는 등 긴급 자금을 구하기 위해 발을 구르는 서민들의 사정이 통계로 확인된 만큼 추가 규제보다는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달랠 정책 조정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의원은 “거시적 정책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당장 자금이 절실한 서민들의 현실과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과 관련해 “서민 금융 안정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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