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최근 두 명의 외국인 코치를 새롭게 선임하며 본격적인 월드컵 본선 대비 체제로 돌입했다. 9월 미국 원정 평가전을 한 달여 앞두고 포르투갈 출신 골키퍼 코치와 피지컬 코치를 데려와 11개월 남은 본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
하지만 홍 감독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간 팀의 주축을 맡아온 유럽파 선수들이 소속팀 내 입지를 잃고 숱한 이적설에 휩싸이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과 프로축구 K리그 경기에서 돋보인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홍 감독의 팀 구상 계산이 복잡해졌다.
유럽파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 대표팀 공격을 책임져온 ‘3인방’이다. 손흥민은 노쇠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프로페셔널리그(SPL)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으로의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황희찬(울버햄프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부상과 경쟁 포지션 선수의 잇단 영입으로 둘 모두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K리그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 새로운 얼굴들은 연일 활약을 선보이며 대표팀 승선을 두드리고 있다. ‘제2의 박지성’으로 불리는 강상윤(전북현대)과 ‘K 홀란’ 이호재(포항스틸러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수원FC 임대를 마치고 원소속팀 전북으로 돌아온 강상윤은 거스 포예트 전북 감독이 이끄는 팀에서 핵심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전북이 치른 K리그1 23경기 중 22경기에 출전해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처럼 장신에 탄탄한 체격, 제공권 장악 능력, 빠른 발 등을 겸비해 ‘K홀란’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호재도 홍 감독의 눈에 들었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 9골을 기록해 득점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득점 선두 전진우(전북·12골), 공동 2위 주민규(대전·10골)와 모따(안양·10골)를 바짝 추격 중이다.
강상윤과 이호재는 나란히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발탁돼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직후 “이번 대회에서 많게는 5명 이상의 선수를 눈여겨봤다”며 “그 선수들이 꾸준히 잘한다면 충분히 월드컵 본선에도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형철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존재감이 부쩍 커진 두 선수에 대해 “대표팀에 새로 뽑혀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소속팀에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온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 해설위원은 새로운 얼굴들의 발탁에 앞서 대표팀 시스템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아직 대표팀의 전력과 전술, 분위기 등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신예 선수를 발탁할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팀의 틀이 잘 잡혀 있는지를 진단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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