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명 K뷰티 브랜드 대표와 미팅을 잡아줄 수 있을까요?”
최근 서울 시내 한 5성급 호텔에서 묵던 중동계 VIP 고객이 호텔 총지배인을 불러 이 같은 요청을 했다. 단순한 관광이나 쇼핑 안내가 아니라 한국 뷰티 산업 진출을 희망하며 브랜드 경영진과 미팅을 주선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외국인 고액 자산가·기업인 고객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국내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도 고도화하고 있다. 고급 호텔들이 단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환대·접대)를 넘어 ‘맞춤형 라이프스타일·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72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9년 같은 기간보다도 3.5% 늘어난 수치다. 월평균 약 180만 명 안팎의 입국자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상반기 900만 명 돌파가 유력하고 올해 연간 기준으로 2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수요도 단순 숙박·레저를 넘어 고급 서비스로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VIP 고객 응대에서 호텔 업계의 컨시어지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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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장에서는 K뷰티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 체험·고급 소비에 대한 외국인 고객의 요청이 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최고급 호텔의 경우 에이피알(278470)(APR)의 뷰티 디바이스처럼 인기가 많아 매장에서 자주 품절되는 한국 유명 뷰티 제품을 고객 대신 구해주는 일이 일상이 됐다. 주요 제품의 입고 상황을 매일 체크하거나 요청이 들어오면 백화점이나 플래그십 스토어와 직접 연락해 구매를 대행하는 사례도 많다. 한 호텔 관계자는 “K뷰티 제품뿐 아니라 최근엔 퍼스널 컬러 진단, 한국 뷰티 트렌드 체험 등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며 “VIP 고객들의 만족을 위해서 웬만한 요청은 다 들어주는 편”이라고 밝혔다. 해외 고액 자산가 고객들일수록 한국의 최신 라이프스타일과 미용·헬스케어 트렌드를 깊이 체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 계열 호텔 체인에서는 VIP 전용 비즈니스 파트너 매칭 프로그램 개발에도 착수했다. 외국 기업인들이 “한국 기업들과 실제 협업하거나 사업 파트너가 될 기업인을 만나고 싶다”고 호텔에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그룹사 호텔은 모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법무법인·전문 컨설팅사·스타트업 플랫폼과 연계해 비즈니스 연결 중개 기능을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로 상품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에는 이런 비즈니스 매칭이 대형 로펌이나 정부 기관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고급 호텔이 ‘현장형 비즈니스 거점’ 역할까지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과 차별성이 강조되는 컨시어지 서비스는 앞으로 고급 호텔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호텔 마케팅 책임자는 “예전엔 관광지나 맛집 정도를 소개하는 게 컨시어지의 주 업무였지만 지금은 VIP 고객들의 개별 니즈에 따라 예술·의료·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응해야 한다”며 “고객이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도 ‘얼마나 세심하게 응대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의 한 임원도 “단순한 호스피탈리티를 넘어 글로벌 고액 자산가들과의 실질적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고급 호텔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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