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2 전당대회 구도가 6·3 대선 경선과 같은 ‘반탄(탄핵 반대)파 대 찬탄(탄핵 찬성)파’ 간 경쟁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각각 ‘반한(반한동훈) 연대’와 ‘반극우 연대’를 구성해 전면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싸워야 할 대상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기준으로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조경태·안철수·장동혁·주진우 의원, 양향자·장성민 전 의원 등 총 7명이다. 이들은 이달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중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은 반탄파 주자, 조 의원과 안 의원은 찬탄파 주자로서 가파른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입당을 두고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장 의원은 이달 31일 전 씨 등 보수 유튜버들이 진행하는 토론 방송에 참석하고 김 전 장관도 출연을 검토하는 등 강성 지지층 표심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당 안팎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김 전 장관의 상대적인 우세를 예상한다. 하지만 25일 당무감사위원회가 대선 후보 교체 시도를 주도한 권영세·이양수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청구한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를 차지하는 구(舊)주류를 중심으로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입장을 바꾼 김 전 장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성토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과 구주류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감지된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현실적으로 김문수 대세론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이 당 대표를 맡는 대신 친윤(친윤석열)계는 최고위원 3명을 당선시켜 차기 지도부를 장악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막후에서 반극우 연대를 주도하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저지하기 위해 김 전 장관과 구주류가 반한 연대를 구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 의원은 같은 찬탄파 주자인 안 의원 등을 향해 후보 단일화를 재차 제안하는 등 반극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혁신 후보 단일화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탄핵을 반대하고 자유통일당의 대표를 지내신 분이 당 대표가 된다면 혁신은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받는 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단일대오를 이뤄 싸워야 할 대상은 민주당”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주 의원은 “계파 싸움 시즌2를 보고 있을 때쯤 지방선거는 패배로 끝난다”며 “사랑하는 우리 당이 분열을 멈추고 나의 전투력이 합쳐져 시너지를 낸다면 ‘젊고 강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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