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외국인 소비자 이른바 ‘역직구’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외국인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 구매(역직구) 활성화 방안’ BOK이슈노트에서 “역직구 시장은 K-팝, K-뷰티 등 한류 확산에도 불구하고 1조 6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회원가입, 결제수단, 배송 부담 등 복합적인 진입 장벽이 외국인 소비자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외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는 2017년 2조 2000억 원에서 2024년 8조 1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 규모는 같은 기간 6000억 원에서 1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단순한 수요 부족보다 국내 플랫폼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대부분 회원가입 시 국내 휴대전화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은 아예 회원가입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한은은 "개인정보를 통한 타깃 마케팅을 목적으로 휴대전화 인증방식을 쓰던 게 관행이 된 것"이라며 "외국 이커머스는 이메일주소나 SNS 등을 활용한 사용자 인증방식"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해외 발급 신용카드나 PayPal, Alipay 등 간편결제 수단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결제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은은 “대부분의 국내 쇼핑몰이 내국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역직구 시장 개척에는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에선 외국인의 비대면 거래 비중이 크게 낮은 편에 속했다. 외국인이 국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해외 발급 카드를 사용한 거래를 살펴보면 대면 거래가 약 81%를 차지했다. 역직구가 포함된 비대면 거래의 비중은 약 19%에 불과했다. 중국(62%)과 인도(48%), 일본(28%)의 동 비중과는 상당한 격차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발급 VISA 카드의 경우 우리나라의 전체 온라인 가맹점 중 사용 가능한 가맹점 약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의 대부분의 온라인 가맹점에서 해외 발급 글로벌 브랜드 지급카드로도 자유롭게 상품 구매가 가능한 것과 대조적이다.
결제와 더불어 해외 배송 부담도 역직구 확산을 막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상품 자체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거나 배송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글로벌 배송물류센터(GDC) 확대를 제안했다. 이는 상품을 수출국 공항이나 항만 인근에 미리 보관해 주문 즉시 발송하거나, 여러 주문을 묶어 재포장 후 현지에서 재분류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배송기간 단축과 물류비 절감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교환·반품, 고객 응대 등 해외 판매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통합 물류 서비스(Fulfillment) 도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역직구는 해외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국내 플랫폼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개통 휴대전화 없이도 가입 가능한 환경 조성, 해외 결제수단 도입을 위한 민관 협력, GDC 확충을 위한 정책 예산 투입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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