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명확한 해석론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기업의 의사결정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으로 배당 등 주주환원이 즉각적으로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29일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김지평 변호사는 서울대 금융법센터가 개최한 ‘이사 충실의무 도입에 따른 실무상 쟁점’ 현안 세미나에 참석해 충실 의무 조항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구체적인 어떤 거래가 이사 의무 위반으로 문제될 수 있는지 명확한 해석론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이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세부적으로 검토 분석해 합리적인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조문 해석상 명확하지 않은 부문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같은 법조문 안에 ‘주주’, ‘총주주’, ‘전체 주주’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면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 상법에 규정돼 있는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와의 관계, 배임죄 처벌 범위 확대 여부 등도 쟁점으로 논의됐다.
기업 입장에선 주주 이익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회사나 주주 이익과 관련 없는 ESG 경영이나 사회 공헌 활동을 했을 때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주주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ESG에 대한 강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김지평 변호사는 “ESG와의 관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주영 변호사는 상법 개정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거나 주주환원이 증가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도입되더라도 배당이 늘어나는 등 주주환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답변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부당내부거래 등 사익편취, 회사 기회 유용 등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엔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개별 주주가 이사에게 자신의 지분에 따른 비례적 손해를 직접 배당 청구할 순 없다는 해석이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개정이 주주 이익 보호를 강조하기 때문에 횡령 등에도 주주의 직접 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주에게 직접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 회사로 전보돼야 할 손해가 특정주주에게 빠져나가는 결과가 돼 다른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돼 오히려 취지에 역행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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