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야 힙하다’는 소비 심리가 패션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건 울퉁불퉁한 눈, 삐뚤어진 이빨, 인위적인 미소를 지닌 영국산 괴물 인형 ‘퍼글러(Fugglers)’다.
퍼글러는 최근 신세계그룹 정유경 회장의 장녀이자 혼성 아이돌 그룹 ‘올데이프로젝트’ 멤버 애니(본명 문서윤)의 일상 속 아이템으로 등장하면서 국내에서 급부상했다. 이달 26일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애니의 숙소가 공개되던 중 가방에 매달린 못생긴 인형, 바로 퍼글러 키링이 클로즈업됐다. 방송 직후 해당 인형은 ‘애니 템’으로 불리며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퍼글러는 이름처럼 ‘Funny(재미있는)’와 ‘Ugly(못생긴)’의 합성어다. 전형적인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그 괴상함이 MZ세대에게 매력으로 통한다.
국내 온라인몰 기준 가격은 9900원~1만3000원대지만 애니가 소유한 ‘래빗핑크’ 키링을 비롯해 희귀 컬러나 한정판은 중고거래에서 3만 원 이상의 웃돈이 붙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발매 정보를 공유하며 해외 직구까지 나서고 있다.
누리꾼들은 같은 그룹 멤버인 우찬의 키링까지 언급하며 "우찬 키링은 민트 퍼글러에 맥구 믹스"라며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2018년 영국에서 첫 출시된 이 인형은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퍼글러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여론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퍼글러'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25% 급증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퍼글러 리셀 시작되겠네", "애니와 같은 색상은 벌써 품절"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라부부 놓친 사람은 퍼글러라도 잡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퍼글러 열풍은 자연스럽게 불과 얼마 전 전 세계를 휩쓸었던 또 다른 '괴물 인형' 라부부를 연상케 한다. 퍼글러 이전에 MZ세대의 '못생김 취향'을 각인시킨 인형이 바로 라부부였다.
홍콩 아티스트 카싱 룽이 만든 동화 속 요괴 캐릭터인 라부부는 토끼처럼 긴 귀에 찡그린 눈썹, 삐죽빼죽 튀어나온 이빨이 특징이다.
라부부는 블랙핑크 리사, 데이비드 베컴, 리한나 등 글로벌 셀럽 인증을 타고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일부 한정판은 중고 거래에서 100만 원을 넘겼으며 단 한 점뿐인 131㎝ 초기 모델은 약 2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셀럽들이 라부부 키링 인증샷을 SNS에 잇따라 올리면서 품절 사태가 잇따랐고 팝마트 공식몰에서는 출시될 때마다 매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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