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인 SK온과 윤활유 업체인 SK엔무브를 합병하고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다. 수년간 누적된 적자와 조(兆) 단위 투자로 재무 구조가 악화한 SK온에 그룹 캐시카우인 SK엔무브를 합쳐 체질 개선을 이루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전동화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SK온·SK엔무브는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본사에서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 사의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새 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다가올 전기화 시대에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결정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5조 원의 자본을 조달하고 연말까지 3조 원가량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확보한 자금 중 일부는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SK온 전환우선주 전량을 사들이는 데 활용한다.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으로 SK그룹이 2년에 걸쳐 진행해온 리밸런싱(사업 재편)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알짜 에너지 계열사인 SK E&S를 흡수합병했으며 SK온은 SK엔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잇따라 합병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 이후에도 비핵심 자산 매각과 유동화를 통해 구조 개선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