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에 투자했던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금 약 6000억 원을 사실상 재투자하며 SK온의 우군으로 남는다. 비슷한 조건으로 투자한 해외투자자들은 모두 회수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SK그룹의 약속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 셈이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SK온에 1조 2000억 원을 투자했던 사모펀드(PEF)운용사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는 투자금 중 6000억 원은 현금으로 돌려받고, 나머지 6000억 원은 SK이노베이션의 전환사채(CB)로 받기로 했다.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을 통해 SK온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투PE와 이스트브릿지를 통해 들어온 기관투자자는 한국투자캐피탈, 농협중앙회, 사학연금, KB은행 등이 있다. 이들은 올해 1분기부터 SK온 측과 협상을 벌였으며 당시부터 투자 연장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보릿고개만 넘으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믿고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 펀드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이번 결정은 기관투자자의 추가 결의 대상이 아니었고 운용사와 SK온의 설명대로 좀 더 좋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투자자들은 무엇보다 SK그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지원하는 사업인 점에 베팅했다. 업계는 이번 투자가 SK이노베이션 CB 형태로 약 3~5년 만기를 통해 최종 수익률은 두 자릿수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싱가포르만 가도 투자업계는 SK그룹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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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시기에 투자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블랙록을 비롯해 중국계 투자자인 힐하우스캐피탈, 카타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SNB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이번에 약 1조 6000억 원의 투자 원금에 10%의 수익률을 얹어 전액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이는 최소보장수익률 7.5%에 기한 내 SK온 상장 실패에 따른 패널티 성격의 이자를 더한 개념이다. 한투-이스트브릿지 측 역시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었으나, 이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업계에서는 최소 15% 이상 수익률을 기대하는 PEF의 성격상 10%의 수익률만 받고 돌아서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로부터 수시로 출자 받는 해외 PEF와 달리 국내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PEF운용사 간 경쟁을 거쳐 출자사를 선정하는데, 과거 투자 수익률은 결정적인 판단 근거가 된다. SK온 입장에서도 시한을 늘렸을 뿐 일정 기업가치 이상으로 상장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하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이 SK온 지원을 위해 발행하는 7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에도 한국투자·미래에셋·키움 NH투자·KB 증권 등 다수 증권사가 참여했다. 5.036%의 금리의 30년 만기여서 자본으로 인정받는 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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