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시 10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한 자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첨단전략산업기금이 대미 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에도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우리 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기금”이라며 “국내 투자에 대한 지원을 우선하되 불가피한 경우 해외 투자 시에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100조 원 이상 규모로 한국산업은행에 조성된다. 지원 대상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방산·로봇 등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을 보유한 업종인 백신·수소·미래형 이동 및 운송수단·인공지능(AI) 등이다. 구체적인 자금 용처는 별도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기금위 심의를 거쳐 해외 투자에도 기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원 조건을 국내 투자로 한정하지 않은 것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투자 수요가 커지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날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우리 측은 3500억 달러의 대규모 펀드롤 조성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이 2주 내 정상회담을 열고 추가 대미 투자 패키지를 논의하기로 한 만큼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갈수록 늘고 있는 점도 반영됐다. 배터리 제조업체의 경우 운송비 등을 고려해 전기차 공장이 있는 현지에 공장을 짓는 사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보내면 운임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수익성을 감안하면 현지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원활하게 조성하기 위해 정책펀드 출자 특례 관련 가이드라인도 검토하고 있다. ‘바젤3’ 등 국제금융규범상 은행이 지분 투자나 펀드 출자 시 위험가중치 400%가 적용되지만 공적자금이 일정 수준 기여하는 경우 100%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예외 조건에 해당하는 기준이나 조건을 명확히 제시해 금융사의 출자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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