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박 모(33) 씨는 지난 주말 민생회복 소비쿠폰 18만 원으로 동네 슈퍼마켓에서 장을 봤다. 그는 “평소처럼 카드를 통해 사용이 가능해 어려움이 없이 쓸 수 있었다”며 “물건도 넉넉히 샀다”고 전했다. 대전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 모(42) 씨는 소비쿠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는 “소비쿠폰이 지급된 첫 주말(7월 26~27일) 비싼 시술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 객단가가 높아졌다”며 “휴가철에 매출이 감소하는 게 늘 고민이었는데 소비쿠폰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소비쿠폰이 풀리면서 내수 진작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생 지원금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마중물을 부은 만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추가적인 지원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소비쿠폰 사용 1주일 만에 전체 이용 가능 가맹점 약 270만 곳 중 23.4%에 해당하는 63만 여 곳에서 소비쿠폰 결제가 일어났다. 특히 이들 가맹점의 지난달 22~28일 매출액은 직전 1주일(7월 15~21일)과 비교해 평균 14.2% 증가했다. 8111억 원이었던 매출이 9263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의류·잡화·미용(37.4%) △슈퍼마켓(22.2%) △차량 관련 업종(21.1%) △여행·스포츠·문화·취미(16.7%) △커피·음료(16.6%) △학원 등 교육(16.4%) 등은 평균보다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병원·약국(4.6%)과 편의점(13.3%)은 평균에 못 미쳤다. 소비자가 추가 지출을 결정하기 쉬운 슈퍼마켓이나 의류·잡화·미용처럼 소비쿠폰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제품이나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사용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소비쿠폰이 풀린 첫주의 고객 1인당 평균 구매 금액(객단가)이 10%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고객의 객단가는 7000원 수준이다. 학원 등 분야의 증가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소비쿠폰으로 교육 지출을 대체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광역시(24.9%)와 강원도(24.7%), 세종(22.0%), 경남(21.4%) 등 지방 소재 업장 대부분은 20%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5.6%)과 경기(13.9%), 인천(13.7%) 등 수도권은 평균치(14.2%)를 밑돌았다.
이 같은 격차는 △상권 포화도와 경쟁 강도 △쿠폰 사용처의 업종 구성 △체류형 및 생활 밀착형 소비 비중 차이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기본으로 지급되는 15만 원에 더해 3만 원 또는 5만 원이 추가 지급되는 점이 초반에 사용이 많이 늘어난 이유로 보인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도시는 이미 할인·적립 경쟁이 치열해 정책성 소비쿠폰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지방은 상권 집중도가 낮아 소비쿠폰이 매출로 이어지는 순증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휴가철에 따른 지역별 소비 차이가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 효과가 단기적 매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내수 경기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쿠폰 사용이 끝나는 11월 이후 추가적인 소비심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시 현재 전체 대상자의 90%인 4555만 명의 국민이 소비쿠폰을 신청해 총 8조 2371억 원이 지급됐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회성 지원책이 아닌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소비쿠폰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가 주요 업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내수 촉진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민생 소비쿠폰은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쿠폰이 소비심리 회복의 불씨를 지폈다면 이후 다양한 정책으로 이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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