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론에 머물렀던 ‘암흑 상태(dark state)’ 기반 자발적 양자 얽힘을 실험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암흑 상태에서의 얽힘은 외부 간섭에 강하고 수명이 길어, 양자 메모리나 센서 등 차세대 양자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김제형 교수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이창협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송진동 박사와 함께 밝은 상태(bright state) 대비 수명이 약 600배 늘어난 암흑 상태 기반 집단 양자 얽힘을 실험적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구별 불가능한 다수의 양자 구조 간 양자 얽힘은 암흑 상태와 밝은 상태로 나타나는데, 암흑 상태는 빛을 거의 밖으로 내지 않아 얽힘이 오래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얽힘 보호 특성은 양자 정보 저장과 전달에 꼭 필요하지만, 암흑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손실률이 조절된 나노 광공진기를 이용해 양자점과 공진기 사이의 결합 강도와 공진기의 손실 값 간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암흑 상태를 유도했다. 제1저자인 김규영 박사는 “공진기 손실이 너무 크면 양자점들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반대로 결합 강도만 크면 외부 자극에 의해 강제된 집단 얽힘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암흑 상태에서 양자점 간 얽힘의 수명은 최대 36ns(나노초)까지 늘어났다. 이는 밝은 상태 수명인 62ps(피코초)에 비해 약 600배 길어진 수치다.
연구팀은 암흑 상태 형성의 실험적 증거로 쌍광자 방출 현상도 관측했다. 암흑 상태는 일반적으로 광자 방출이 거의 없지만, 두 개 이상의 양자점이 얽힌 경우에는 특정 조건에서 두 광자가 동시에 나오는 비고전적 집단 발광이 나타난다.
김제형 교수는 “이론에만 머물렀던 암흑 상태 얽힘을 실험으로 구현해, 손실을 잘 설계하면 오히려 얽힘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양자 정보 저장, 정밀 양자 센서, 양자 기반 에너지 하베스팅 등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7월 9일자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다. 연구지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 연구자 사업, 양자기술 연구개발 선도,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디지털 혁신기술 국제공동연구 사업 등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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