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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국산 놀이터 된 韓 철강 생태계

심기문 산업부 기자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 제공=동국제강




“외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의 궁극적 목적인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철강 산업의 ‘상하 공정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합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산 후판과 열연강판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치를 두고 이 같은 불만을 제기했다. 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에도 정작 철강 업계는 마뜩잖은 반응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유를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철강 시장의 주력 제품인 후판과 열연강판에 대해서는 무역장벽을 높였지만 오히려 도금·컬러강판 같은 ‘하공정’ 제품들에 대한 외국산 철강재 수입이 늘어나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실제 6월 한 달간 중국에서 수입된 도금강판(보통강·특수강)은 현대제철이 중국과 일본의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조사를 신청했던 지난해 12월보다 70%나 늘어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산 컬러강판의 수입 역시 같은 기간 24.5%나 늘어났다.



업계는 정부의 반덤핑 관세 조치가 ‘반쪽짜리’라고 지적한다. 철강 밸류체인을 보면 철광석 등을 녹여 만든 쇳물로 용강을 만들고 이를 냉각시키면 슬래브 형태의 반제품이 된다. 이를 고온에서 압연한 뒤 코일 형태로 만들면 열연강판이 되고 이를 다시 상온에서 표면 처리한 게 냉연이다. 도금을 하거나 도료를 입히면 도금·컬러강판이 된다. 이러한 공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열연 같이 앞 단의 제품에 대한 장벽만 높이면 결국 또 다른 철강재의 생태계가 오염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중국은 한국의 관세로 인해 열연강판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자 도금·컬러강판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국내 통관 절차를 비웃기라도 하듯 열연강판에 간단한 도금·도색만 한 철강재가 관세 부과 없이 수출이 되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은 이미 외국산 철강재가 범람해 철강 생태계를 좀먹고 있다. 정치권이 ‘K스틸법’을 발의하는 등 철강 생태계를 되살리자는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외국산 철강재의 수입에 대한 보다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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