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주 일가로부터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은 상속세인 물납증권으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횡령이나 배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경우 정부가 주주로서 손해 배상을 청구하거나 경영진 교체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가 물납증권을 보유한 기업들 대부분이 지분율이 낮아 실효성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차 국유재산정책 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물납 증권 가치 보호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국세 물납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현금이 아닌 재산으로 납부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주식 물납은 상증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비상장 주식만 허용된다. 정부는 물납기업의 지분 구조상 국가 지분율이 낮아 해당 기업이 비상정삭인 기업 경영과 부당 당거래 등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벌여도 이를 견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물납주식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회계 장부 열람, 주주 제안 등 상법에서 허용된 주주권을 활용하는 걸 늘리기로 했다. 횡령·배임이나 일감 몰아주기 같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나 대규모 영업 손실이 확인될 경우 경영진 면담과 개선 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경영진 교체에도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경영진 교체와 같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납증권의 경우 적정가격 매각이 원칙인 데다 대부분 지분율도 낮아 경영권 행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312개 물납 기업 가운데 지분율이 50%를 넘는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전체 물납 기업의 85.4%는 국가 지분율이 25% 미만이어서 경영권 행사도 쉽지 않다
정부도 이번 조치는 물납주식의 매각을 활성화하는데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훼손 등 문제가 있는 물납 법인이 개선이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임원 추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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