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르며 미국과 영국 양대 팝시장을 석권했다. 애니메이션 속 가상의 K팝 아이돌의 곡을 한국계 미국인들이 불렀다는 점을 비롯해 미국 자본으로 캐나다에서 제작됐다는 점 등 기존의 K팝, K콘텐츠 제작과 소비 공식을 깬 사례로 K팝을 비롯해 K컬처 DNA가 글로벌 시장에 이식되면서 G팝(Global Pop)으로 G컬처(Global Culture)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케데헌'과 ‘골든’의 성공이 최근 주춤했던 K팝 시장이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방식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빌보드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차트 예고 기사에서 '골든'이 전주보다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려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를 제치고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골든’은 ‘케데헌’ 속 가상의 아이돌 헌트릭스의 곡으로 한국계 미국인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불렀다.
지금까지 이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K팝 가수는 방탄소년단(BTS)이 유일하다. 그룹 활동으로 여섯 차례 1위를 차지했고, 멤버 지민과 정국이 각각 솔로곡으로 정상에 올랐다. 앞서 지난 1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1위를 기록해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13년 만에 K팝이 이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골든’은 영국과 미국 양대 팝 시장의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빌보드는 "'골든'은 '핫 100' 차트를 정복한 K팝과 관련된(associated with Korean pop) 아홉 번째 노래로,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부른 첫 번째 (1위) 곡"이라고 전했다.
‘골든’ 외에도 ‘소다 팝’을 비롯해 ‘하우 잇츠 던’ '프리' '왓 잇 사운즈 라이크' '테이크다운' 등 8곡도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해 OST 곡 대부분이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순위는 K팝 팬덤의 응집력을 보여주는 실물 음판 판매량 등이 아닌 대중적인 인기 지표인 스트리밍에서 성과를 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 미묘는 “K팝은 그동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결집하기 좋은 콘텐츠였다”며 “그러나 ‘케데헌’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K팝을 잘 모르던 이들까지 공감할 만한 콘텐츠로 다가가 폭발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핫 100'은 미국 스트리밍 데이터, 라디오 방송 점수(에어플레이), 판매량 데이터를 종합해 순위가 산출된다. '골든'은 이번 차트 집계 기간 전주 대비 9% 증가한 317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라디오 방송 점수는 71% 증가한 840만, 판매량은 35% 증가한 7000으로 각각 집계됐다. 통상 K팝 히트곡이 강력한 팬덤의 응집력에 따른 실물 음반 판매량이나 다운로드에 기반하는 것과 달리, 대중적인 '인기 지표'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
‘골든’의 이 같은 글로벌 대중적 인기의 비결은 K팝과 정통 팝을 비롯해 영상과 오디오 등 다양한 장르와 요소들이 완벽하게 섞이고 결합해 드라마틱한 조화를 이루는 ‘믹스 앤 하모니’의 결정체라는 분석이다. 이 모든 것을 섞는 데 구심점이 된 것이 바로 K팝으로 이미 K팝은 정통 팝을 비롯해 전 세계 대중음악을 결집해 또 다른 의미와 산업 그리고 문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골든’이 K팝이냐 아니냐라는 논쟁 역시 불필요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골든'은 K팝이라는 틀에 만들어진, 현재 K팝의 문법과 스타일로 만들어진 음악으로 K팝이라는 타이틀에 조금도 문제가 없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팝이 이제는 팬덤을 넘어서 충분한 친화력을 보유하게 됐고 이제 K팝이 소위 말해 ‘장사’가 된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근 K팝이 살짝 위기였는데 ‘케데헌’을 통해 K팝이 여전히 강한 콘텐츠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케데헌’의 ‘섞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속의 버추얼 그룹이 K팝을 부르고, 퇴마라는 공포와 재미가 섞여 보다 대중적, 상업적 파괴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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