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동원)가 회사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꾸미거나 감사보고서를 조작하는 범죄에 대해 처음으로 형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미 2017년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법정형이 크게 상향된 이 범죄들을 양형기준에 포함시켜, 앞으로는 법원이 형을 정할 때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형위는 11일 제140차 전체회의를 열고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을 2012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그동안 회계·감사 서류 조작은 법에 처벌 규정이 있었지만, 양형기준에는 빠져 있어 판사가 각자 판단에 따라 형을 정했다. 양형위는 이번에 범위를 넓혀 개정 외부감사법에 규정된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 △회계정보 위·변조 △감사조서 위·변조를 모두 포함했다.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와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는 2017년 법 개정으로 법정형이 징역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상향된 범죄다. 양형위는 이를 다른 회계·감사 서류 조작보다 더 중대하게 보고 별도의 형량 기준표를 만들어 무겁게 다루기로 했다. 반면 회계정보·감사조서 위·변조는 법정형이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상향된 범죄지만 기존 ‘회계 조작’ 범주 안에 두고, 범죄 이름만 ‘회계정보 위·변조 및 감사조서 위·변조 등’으로 구체화했다. 금융기관 직원이 뇌물을 받거나 주는 범죄는 지금처럼 뇌물 액수에 따라 형량을 달리하는 기준을 유지한다.
피해 회복 관련 양형기준도 손봤다. 전 범죄군에서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해 공탁만으로 감경된다고 오해하는 일을 없앴다. 또 지난해 신설된 형사소송법·공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판결 전 피해자 의견을 듣고 공탁금 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경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가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범죄피해구조금을 받은 경우(피고인이 사후에 구상금을 납부한 경우 포함)에는 원칙적으로 피해 회복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양형위는 내달 열리는 제141차 회의에서는 사행성·게임물범죄와 자금세탁범죄의 범위·유형을 논의한다. 내년 1~3월 중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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