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000명 이상이 광견병으로 목숨을 잃는 인도에서, 대법원이 수도 델리 시내의 떠돌이 개를 모두 거리에서 격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지만, 동물권 단체들은 “비인도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더힌두·인디아투데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이날 델리의 떠돌이 개 문제를 “극도로 심각하다”고 규정하고 시내 떠돌이 개를 전원 보호소로 옮기고 다시는 길거리에 풀어놓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를 위해 약 50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보호소를 신속히 설치하고 관련 보고서를 8주 이내 제출하도록 했다. 또 보호소 내에서는 중성화수술을 즉각 실시하고, 개들이 다시 길거리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인력과 CC(폐쇄회로)TV를 배치할 것도 지시했다.
대법원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자전거 타는 어린이와 산책하는 노인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개 없는 지역’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른바 동물 애호가들이 (떠돌이 개에 물려) 숨진 아이들을 다시 살릴 수 있느냐”며 반대론을 비판했다.
이번 명령은 최근 델리에서 떠돌이 개가 아이와 노인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내려졌다. 델리의 떠돌이 개는 2012년 조사에서 약 6만 마리로 집계됐으나 현재는 100만 마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델리에서만 올해 상반기(1~6월) 동물 물림 사고 3만5198건, 광견병 49건이 보고됐다.
이에 대해 국제 동물권 단체 페타(PETA) 인도 지부 관계자는 “비실용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동물 개체 수 조절 규정에 위배된다”며 반발했다.
또 “개를 제거하는 것은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행위다. 보호소 내부 환경은 매우 열악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밤 델리 중심가에서는 대법원 명령에 항의하는 촛불 행진도 열렸다. 한 참가자는 “우리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개들을 위해 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의 광견병 사망자가 매년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인도 정부 통계도 매년 5700명 안팎의 사망자를 기록해 세계 최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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