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극장가에서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무명의 독립군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관객들과 만난다. 또 해방을 맞이해 감격한 그날의 순간이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되고 영화를 통해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충돌 등을 다루는 인문학 강좌가 열리는 등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마련된다.
우선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와 독립 전쟁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이 13일 개봉했다. 영화는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치열한 독립 전쟁을 중심으로 독립군의 용기와 희생을 되새기며 그 정신이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독립 투쟁과 관련한 과거 자료와 새로 나온 증언들을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독립운동의 의미와 현재를 조명했다. 내레이션은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당시 ‘국민특사’로 함께한 배우 조진웅이 맡았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주호영 국회부의장, 누르갈리 아르스타노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도 인터뷰로 참여했다. 광복회가 영화 후원과 제작 지원을 했으며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동포와 한인회, 한국·러시아의 고려인 동포도 후원금 기탁으로 손을 보탰다.
일본군 위안부 여성의 이야기를 휴먼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 ‘아이 캔 스피크’도 이날 재개봉했다. 2007년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2017년 개봉 당시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20년차 ‘민원 인플루언서’ 할머니 옥분(나문희 분)과 민원 담당 공무원(이제훈 분)의 갈등으로 시작된다. 20년 동안 8000건이 넘는 민원을 접수한 옥분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반전을 만들고 옥분이 미국 의회에 가서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기 위해 용기를 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특히 “잊으면은 내가 지는 거니께”라며 미국 청문회 단상에 홀로 올라 “아이 캔 스피크”라고 외치는 옥분의 모습에서 깊은 슬픔과 아픔이 전해지는 한편 ‘우리는 과연 이들을 기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 엄마 역을 맡아 ‘국민 엄마’로 떠오른 염혜란을 비롯해 손숙, 김소진 등의 명연기를 만날 수 있는 점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한편 현재 정부 등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단 6명이다.
CJ CGV는 빙그레와 광복의 소리를 AI 기술로 구현한 다큐멘터리 캠페인 필름 ‘처음 듣는 광복’을 15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 등 15개 극장에서 상영한다. 다양한 역사적 자료와 증언에 근거해 1945년 8월 대한민국 곳곳에서 울려 퍼졌던 해방 당시의 함성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소리 등을 AI 기술로 구현해 담았다. 광복 당시 모습은 글이나 사진으로 전해지지만 실제 소리는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가 의미를 더한다. 여기에 광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사연도 담겨 깊은 울림과 감동을 더한다. 8월 15일의 의미를 살려 총 8분 15초 길이로 제작됐고, 티켓 가격 1000원 중 815원은 대한적십자사의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 사업에 기부된다.
평생 독립을 위해 헌신했지만 후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재의 생애를 최초로 다룬 다큐멘터리 ‘백산-의령에서 발해까지’는 21일 개봉한다. 백산은 백범 김구, 백야 김좌진과 함께 ‘삼백’으로 불렸으며 독립운동 자금의 6할을 책임졌다. 영화에는 일제강점기 최고의 기업가이자 스파이, 교육가로 활동하며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모습을 비롯해 그가 경영했던 만주 발해농장 전경과 한국, 중국, 일본에서 발굴된 관련 사료들이 풍성하게 담겼다. 일부는 영화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이 외에도 영화로 듣는 인문학 강연 ‘롯시클래스’를 론칭한 롯데시네마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역사를 주제로 첫 클래스를 진행한다. 16일 열리는 1강에서는 영화 ‘암살’의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충돌, 광복을 준비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역사학자 심용환이 연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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