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 시장이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공급과잉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현지 시간)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68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1월 전망치보다 약 33% 낮은 수준이자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할 경우 2009년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함께 중국·인도 등 대규모 석유 소비 국가들이 미국과 무역 마찰을 빚으면서 수요 증가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등 에너지 전환에 나서는 것도 석유 수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IEA는 올해 전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25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1월 예상치보다 30% 많은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증산을 합의한 것이 공급 확대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3일 OPEC+ 회원국들은 다음 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54만 7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재고량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올가을부터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초과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EA는 “올해 말을 지나 내년으로 갈수록 예상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돌면서 시장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며 “수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 압력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브렌트유가 올 4분기에는 58달러, 내년 초에는 5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5.63달러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20% 이상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관측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가 하락은 소비자에게는 부담 완화 요인일 수 있지만 산유국과 석유기업에는 재정적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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