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부가 1980∼2000년 좌파 반체제 반군 소탕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과 성폭행을 저지른 군인과 경찰관에 대한 사면을 단행해 국내외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페루 대통령실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 앞장선 군인, 경찰관, 자위대 구성원에 사면을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관보 게시 직후 발효된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페루는 조국의 수호자를 외면하지 않는다”며 “폭력에 맞서 싸운 이들의 희생이 잊히거나 그들을 처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면 대상은 1980~2000년 마오주의 좌익 반군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 소탕 작전에 투입된 군인과 경찰이다.
하지만 이들 인원은 테러 세력 색출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등 잔혹한 범죄와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사후 조사를 통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색출 과정에서 약 7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이들 중 대부분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이었다.
페루 사법당국은 2002년부터 ‘안데스의 도살자’로 불린 장병을 포함해 약 25명 내외에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해에는 강간 등 혐의로 전직 군인들이 40여 년 만에 징역 6~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면으로 다수의 관련 전과자와 미결수가 형 집행 면제 등 형사상 구제를 받게 됐다.
이번 사면 결정에 대해 국제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올해 6월 “600건 이상의 재판이 중단되거나 선고 결과가 뒤집히게 될 것”이라며 “사면권은 비폭력·경미 범죄에만 적용돼야 하지만, 이번 조치는 피해자의 정당한 사법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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