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호위와 레드 카펫 환대, 대통령 관용차에 ‘깜짝 동승’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극진히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특급 예우는 러시아를 떠난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미국 영공에 들어서자 미국 스텔스 전투기 4대로 호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공항에 먼저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레드 카펫을 푸틴 대통령이 밟으며 다가올 때까지 박수를 치며 환대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두 정상이 이날 나눈 악수에 대해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치켜세웠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보디랭귀지 전문가 패티 우드를 인용해 “푸틴을 기다리던 트럼프는 작고 입꼬리가 살짝 내려간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친 박수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존중의 의미라고 짚었다.
초특급 예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회담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 관용차인 ‘비스트’로 다가선 두 정상은 함께 뒷좌석에 올라탔다. 통역도 따라붙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관용차 동승이) 계획된 것인지 즉흥적인 ‘연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두 정상이) 매우 사적인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마련된 회의실은 미국과 러시아 국기로 장식된 파란 벽에는 이번 회담의 슬로건인 ‘평화를 추구한다(pursuing peace)’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를 기대한 슬로건이었지만 회담 자체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예우만으로도 알래스카는 푸틴 대통령이 “국제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CNN)”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정상회담에 배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알래스카에 도착했을 때 큼지막하게 ‘CCCP’라고 적힌 흰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소비에트연방(USSR)’을 의미하는 러시아 키릴문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미국)는 세계 1위이고 그들(러시아)은 세계 2위”라며 마치 냉전 시기 세계를 양분했던 미국과 소련의 위상을 연상시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소련 붕괴가 ‘20세기 최대 비극’이라며 한탄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건네는 최고의 위로이자 최대의 상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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