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건희 여사를 구속 이후 두 번째로 소환 조사한다. 특검은 이번 조사에서 공천 개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서희건설 목걸이 의혹 등을 이른바 ‘삼각 압박 구도’로 전면 배치해 수사 강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치 개입·주가조작·금품 수수 등 3가지 혐의를 동시에 겨냥해 사실상 김 여사 관련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카드’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1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는다. 같은 시각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김예성 씨도 소환된다. 특검이 김 여사와 김여사의 측근, 종교권 인사를 한날 한자리에 조사하는 것과 관련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하나로 묶어 추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전성배 씨는 윤 전 대통령 캠프 시절 공천 개입 의혹에 거론돼 온 인물로 이번 소환은 공천 비리 조사와 맞물려 의미가 크다. 또 통일교 측을 매개로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 2개와 6000만 원대 그라프 목걸이를 건넨 정황에도 연루돼 있어 공천 개입 및 금품 제공 정황을 동시에 규명하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핵심 축은 서희건설 목걸이 의혹이다. 특검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2022년 3월 김 여사에게 제공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명품 브로치, 귀걸이 수수를 두고 단순 알선수재가 아닌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걸이는 그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길에서 김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으며 6000만 원대 고가 장신구임에도 불구하고 재산 신고에서 빠져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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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선수재죄가 최대 징역 5년형인 반면, 뇌물죄는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어 형량이 훨씬 무겁다. 특히 이봉관 회장이 인사 청탁을 목적으로 고가의 목걸이를 건넸다는 진술을 내놓은 상황에서, 단순 호의가 아니라 직무 관련 대가로 인정된다면 파장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검찰의 이 같은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김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무상 공모 관계에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하는 만큼 검찰 입장에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서희건설 측이 선제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자수한 정황도 주목된다. 자수는 발각 전 스스로 범죄를 신고하는 것으로 일반 자백과 달리 법적으로 감경 요인이 된다. 실제 이 회장의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는 목걸이 제공 약 석 달 뒤인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한덕수 전 총리는 이 같은 인사 배경과 관련해 “대통령이 세 번 물어본 뒤 이력서를 보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짙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뇌물죄 성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분석한다. 특검 역시 압수수색 단계에서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재판에서는 보다 엄격한 증명이 요구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특검이 기소 가능성을 높게 보는 또 다른 핵심 축이다. 검찰과 법원 단계를 거치며 방대한 증거가 축적돼 있다는 점에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지만, 김 여사의 직접 가담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권오수 전 회장과의 공모 관계 등 이른바 ‘작전 계좌’ 운영 관여 여부가 쟁점으로, 이는 법리상 공범 인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증명이 까다롭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도이치 사건의 경우 기소 가능성과 동시에 입증 부담이 공존하는 이른바 ‘딜레마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특검은 이날 김 여사 조사와 함께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예성 씨도 불러 추궁한다. 김 씨는 김 여사 측 자금 관리와 기업 접촉 창구 역할을 해온 의혹을 받고 있으며, 15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됐다. 특검은 IMS모빌리티 투자 의혹 등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반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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